역시 대륙의 부패…부정축재액이 15조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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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2일 밤 전격 체포된 후진타오 전 주석의 비서실장 링지화(令計劃·59) 전 통일전선부장이 부정 축재한 재산이 837억 위안(약 14조6000억원)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중 해외로 빼돌린 재산이 45억 달러(약 4조9000억원)에 달한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홍콩의 시사지 ‘정밍(爭鳴)’을 인용해 링지화 일가의 부정 축재 규모가 저우융캉(周永康)·저우빈(周濱) 전 정치국상무위원 부자의 부패 액수에 버금간다고 보도했다. 저우 부자의 부정 축재액은 1000억 위안(17조5000억원)으로 알려진다.

링지화 일가는 부동산·광산·광고·경비보안·사모펀드·인터넷 보안·교통업 등 다방면에 걸친 비즈니스에 관여해왔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 4차 전체회의(18기4중전회) 개막 전날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위 서기가 직접 링지화를 만나 최후 기한을 제시하며 혐의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링 전 부장은 이미 5월 초에 당 중앙의 명령으로 안가(안전 가옥)로 이사해 신체 자유에 제한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 링 전부장은 가명으로 5개 시중 상업은행에 12개 계좌를 개설해 820만 위안(14억원)의 잔액이 남아 있었다. 또 톈진(天津)·우시(無錫)·주하이(珠海)·타이위안(太原)·다롄(大連)에 가명으로 호화 별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링지화는 2012년 9월 초 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가명 여권 여러 개를 폐기했으며 통일전선부장 재직 기간 미국·캐나다·태국·인도네시아 등을 방문하면서 자금을 빼돌리는 등 해외도피를 위한 사전 조치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홍콩 빈과일보와 중화권 매체 보쉰(博訊)은 지난해 미국으로 이미 도주한 링지화의 동생인 링완청(令完成)이 미국 당국의 도움으로 중국으로 이송됐으며, 링완청의 자백으로 산시(山西)성 모처에서 링지화가 은닉한 황금·서화·골동품이 포함된 트럭 6대 분량의 자산을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그는 또 베이다팡정(北大方正)의 리유(李友) 이사장으로부터 5억 달러(5400억원) 상당의 일본 교토의 호화주택 두 채를 링지화의 아내와 아들 명의로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링지화 가족은 산시성의 석탄산업을 독점해 왔으며, 아내 구리핑(谷麗萍·58)은 류즈쥔(劉志軍) 전 철도부장 부패사건에도 연루됐다고 둬웨이가 중국 사정 당국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링의 아내 구리핑의 일탈은 2003년 11월 링지화가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중앙판공청 주임을 맡으면서 본격화됐다. 구리핑은 공익재단을 표방한 ‘중국청년창업국제계획(YBC)’을 조직해 스스로 부이사장 겸 총간사에 취임했다. YBC 창립행사 당일 국내외 대형 기업들은 수억 위안의 기금을 기부해 링 부부에게 성의를 표시했다. 이후 구리핑은 별도로 ‘잉(瀛·win) 공익기금회’를 만들어 거액의 자금 모집과 탈세, 정경유착을 저질렀다.

링지화 일가의 몰락은 지난해 6월19일 산시성 정협부주석이던 형 링정처(令政策)가 엄중한 기율위반 혐의로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10월 링완청이 연행됐고, 링지화의 양자이자 이미 사망한 큰형 링팡전(令方針)의 아들 링후젠(令狐劍)은 해외로 도주했다. 구리핑은 남편이 체포되자 내연남으로 알려진 베이다팡정의 리유 이사장과 지난해 12월 24일 칭다오(靑島)에서 일본으로 밀항을 시도하다 체포됐다.

신경진·서유진 기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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