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S 조용준 '소방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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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 투수 조용준(24)의 주무기는 슬라이더다. 그런데 조용준이 아니고선 흉내를 내기도 어려운 슬라이더다. 슬라이더 투수들은 으레 가운데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게 마련이지만 조용준은 유독 검지에 굳은살이 박혀 있다. 검지로 실밥을 밀어내는 그 만의 '비수'를 개발한 것이다. 그래서 '조라이더'로 불린다.

조용준의 직구 최고 시속은 1백48㎞. 그런데 변화구인 슬라이더의 속도가 1백41㎞까지 나온다. '조라이더'외에도 '미꾸라지''유령''코브라'등의 별명이 따라다니는 이유가 바로 이 직구 같은 스피드 때문이다.

조용준이 역사를 새로 쓰려 하고 있다. 조용준은 지난 13일 광주 기아전에서 1과3분의1이닝을 퍼펙트로 마무리하며 시즌 13세이브째를 따냈다. 지난달 17일 삼성전부터 11경기 연속 세이브로 질주하고 있다. 3년 전 진필중(당시 두산)이 세운 13경기 연속 세이브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조용준은 올 시즌 15경기에 등판해 구원부문 단독 1위에 올라 있다. 20과3분의1이닝 동안 73명의 타자를 상대로 11안타만을 허용했고, 2실점(자책점).3볼넷.11삼진으로 '소방수'의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지난달 16일 삼성전에서 딱 한차례 구원에 실패했을 뿐이다. 삼성 노장진(10세이브)과 기아 진필중(9세이브)이 뒤를 쫓고 있지만 초반부터 멀찍이 달아나 있다.

프로 2년차인 조용준은 "이왕이면 팀 승리도 돕고 각종 기록도 깨보고 싶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조용준은 프로에 데뷔했던 지난해 신인왕과 구원왕을 동시에 거머쥐며 '조라이더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조용준이 슬라이더를 익힌 것은 순천 효천고 2학년 때였다. 빠른 직구도 없으면서 변화무쌍한 변화구로 프로야구 한시대를 풍미했던 장호연 감독이 지도자였다는 게 그로서는 행운이었다. 장감독은 '될성부른' 조용준에게 기꺼이 '특별 수업'을 실시했다.

연세대 시절엔 4년 동안 17승3패에 방어율 1.72로 이름을 날렸다. 1999년 대학선수권대회 감투상, 2000년 봄철리그 최우수선수.최우수투수상 등을 받았으며 지난해 프로에선 9승5패28세이브(37세이브포인트)를 기록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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