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아이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생선전의 노란 조기는 유난히도 싱싱해 보였고, 밥맛이 없다는 아빠의 입맛을 돋우기에 안성마춤인것 같아 3천원을 주고 두마리를 샀다.
두마리를 저녁상에 다해놓았으면 푸짐했으련만 한마리의 가운데 토막은 소금에 절이고 나머지 한마리와 절인 조기의 꽁지와 대가리만 쑥갓을 넣고 끓였다. 이제나 저제나 아빠를 기다리다 나는 애들에게 먼저 저녁상을 주었다.
부서지기 잘 하는 조기토막을 아빠 몫으로 떠놓고 나니 꽁지와 대가리만 남은 찌개남비가 너무 면구스럽기만 했다.
『너희들에게 꽁지와 대가리만 주어 어떻게 하지?』미안한 김에 나온 말이다.
『엄마, 우리가 이런것 안먹으면 누가 먹어. 아빠에게 이런것 드리나요.』
엄마가 한 일이 당연하다는듯 둘째 애가 늠름하고 여유있는 대답을 한다. 내성적인 큰애는 눈치를 챘는지 『엄마는 그런것이 뭐 잘못이라고 신경을 써요.』아무것도 아닌양 태평하게 말했다.
『엄마, 국물이 참 맛있네.』엄마와 형들이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 알필요도 없이 밥만 퍼먹는 개구장이 막내의 얼굴에서 못난 엄마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빠의 봉급만으로 요리조리 쪼개 쓸줄 밖에 모르는 융통성 없는 나로서는 애들을 흡족하게 먹이고 입히지 못하는것이 마음에 걸린다.
나의 소심한 성격을 잘아는 아빠는 가끔 큰 손 노릇을 한다.
무엇이든 풍족하게 사오는 아빠가 오늘따라 더욱 고맙게 느껴진다. 아빠 키만큼 자란 고등학생의 두애에게 아빠옷을 고쳐 입혀도 아무런 탓없이 입어주는 애들이 너무나 고맙고 사랑스럽다. 그러나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있는 애들에게 내가 너무 궁상만 보이는것이 아닌지, 또 자기의 주관과 개성을 잃어버리는 자존심이 없는 인간은 되지 않으려는지 애들에게 사뭇 조심스럽기만 하다.
내자식이라서인지 조금도 구김살 없이 환하게 웃는 애들의 얼굴에서 이 엄마의 알뜰한 정성과 사랑을 나는 행복하게 읽을수있다.
내일을 내다보는 그들이 이 혼란한 청소년들의 세계에서 올바로 판단하는 바람직하고 건전한 정신으로 원만한 인격의 뿌리가 마음속에 튼튼하게 심어지길 행복한기도로 간절히 빌어본다.
방정열<충남 예산군 예산읍 주교리3구 117의2>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