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자원봉사가 행복한 노년 보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인 '노인 나라' 일본. 고령화 속도 만큼 사회적인 대처도 빨랐다. 그 결과 노인의 대다수가 연금을 받아 자식 등의 도움 없이 생활하고, 2000년 시작된 개호보험으로 아프면 간병인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노인들의 양대 걱정거리인 돈과 건강 문제가 어지간히 해결된 셈이다.

"하지만 돈과 건강 만으로 행복한 노년이 보장되진 않습니다. 중요한 건 마음이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친절한 마음을 나누며 느끼는 행복감이 일본 노인들에겐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일 노인복지 관련 세미나를 개최한 일본 유니벨재단의 이토 이사오(69) 이사장. 1990년 설립된 이 재단은 노인복지 관련 연구를 지원하는 한편 지역별로 노인 자원봉사단을 조직해 불우 노인들을 돕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토 이사장은 "자원봉사야말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했다.

"95년 고베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어요. 당시 지진에서 살아남은 많은 노인들이 정부에서 마련해 준 가설 주택에서 살게 됐는데 시간이 흐르자 '차라리 그때 죽을 걸 그랬다'고 하는 겁니다. 이들이 외로움과 상실감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원봉사 회원들이 우정 방문을 시작했어요."

50~60대가 주축이 된 '유니벨 고베 자원봉사단'은 현재 100여 명 규모로 성장했다. 이후 도쿄와 니가타에도 노인 자원봉사단이 조직돼 주변의 어려운 노인들을 돌보고 있다.

"도움을 받는 노인 뿐만 아니라 도움을 주는 노인들 역시 기쁨을 느끼게 되는 것이 자원봉사의 매력입니다. '아직도 내가 사회를 위해 할 일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삶에 힘과 용기를 주는 거지요."

재단 행사로 1년의 절반 가량은 세계 곳곳을 방문하며 지내는 그는 "좋은 일로 바쁘다 보니 힘든 것도 못 느낀다"며 "이런 게 행복한 노년 아니겠느냐"고 했다.

신예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