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수능방송 교재 "80% 적중" 은 뻥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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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EBS 방송교재의 수능 반영비율(혹은 적중률)이 80%를 웃돈다는 EBS 측의 발표가 과장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국회 문화관광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EBS 교재 문항과 수능 문제가 연계된 걸 대외적으로 적중됐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 있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EBS가 제출한 '2003~2005학년도 EBS 방송교재 적중률' 자료를 근거로 사회적 통념상 '적중됐다'고 보기 어려운 문항들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수능 외국어 듣기 문제로 한 남자가 기부금 모금 행사에 온 걸 환영한다고 말한 뒤 한 여성이 모금 재단을 소개하는 문항이 제시되고 두 사람의 역할을 묻는 문항이 출제됐다. EBS는 방송교재에 '부산국제영화제가 한 시민단체의 모금을 돕고 있다'는 지문이 들어 있는 것을 근거로 "기부금을 모은다는 동일한 주제를 활용해 출제했다"며 적중한 문제로 평가했다.

수능 외국어영역에서 뉴욕 자이언츠 선수로부터 사인을 받으려다 펜이 없어서 못 받았다는 내용을 세 단락으로 뒤섞어 제시한 뒤 제대로 배열하란 문항이 나왔다. EBS 교재엔 아프리카 한 대학의 난민 돕기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세 단락을 제시했다. EBS는 "글의 순서를 추론하는 동일한 문제 유형"이라고 봤다.

한 신문에 실린 국가에 대한 소개 글을 지문으로 활용한 세계 지리 문제도 EBS는 "그 국가가 브라질이며 EBS 교재(인터넷 수능)에서 브라질에 대해 요약 설명한 적이 있다"며 "교재의 개념을 문항 지문으로 구성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심 의원은 "EBS가 매년 수능의 EBS 교재 반영 유형과 반영 비율을 조사하는데 이런 비율(연계율)을 적중률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과장된 것으로 수험생을 기만한 것"이라며 "적중률이란 표현의 사용을 즉각 중단하고, 연계율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확립해 수능 교재를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교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권영만 EBS 사장은 이에 대해 "적중했다고 보기 어렵다. 문제가 있다"면서 "'연계율' 등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겠다"고 답변했다. EBS는 2003학년도 수능 때 EBS 교재에서 83.9%, 2004학년도엔 84.6%, 지난해 수능에선 83.3%가 반영됐다고 발표했었다.

이범 강남구청 수능강의 과학탐구 대표강사는 "국어.외국어 영역을 제외한 다른 영역의 체감 반영률은 높지 않다"며 "국어.외국어 영역은 유사한 지문이 나올 경우 반영됐다고 느낄 개연성이 크고 실제 체감 반영률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 "EBS의 교재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사실 그 정도 분량이면 다른 출판사도 비슷한 적중률을 보인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초 '각종 학습지 광고의 문제와 개선 방안' 조사를 통해 "교재.학습지에서 적중률의 경우 과연 어떠한 문제까지 적중되었다고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이를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부당광고에 해당한다"고 밝혔었다.

EBS는 지난해 1300만 부의 교재를 팔아 528억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올해도 8월 말까지 1000만 부(385억원)를 팔았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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