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와 수임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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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의 수임료를 정액화하기로 결정한 것은 소송의뢰인을 위해서 뿐 아니라 변호사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도 잘한 일이다.
변협이 새로 만든 「변호사 보수기준에 관한 규칙」은 형사소송의 변론을 맡을 때 착수금으로 최고5백만원까지만 받도록 상한선을 정했으며, 민사소송의 경우 소가에 따라 1∼10%의 착수금을 받되 그 산정금액의 30%범위 안에서 증감키로 했다.
변호사수임료가 이처럼 정액화한 것은 법률상담의 문턱을 낮추고 변호사에 대한 일반의 인상을 개선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만하다. 변호사법은 제1조에서 인권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변호사의사명으로 내걸고 있다. 모든 변호사를 일괄해 얘기할 수는 없지만 변호사에 대한 국민의 인상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변호사들 가운데 일부가 악덕행위를 저질렀다고 해서만이 아니다. 또 변호사의 상당수가 변호사로서의 사명감보다 하나의 생활인으로서 안주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서도 아니다.
한마디로 그 원인은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이 너무 높은데 있었다. 사회구조가 복잡 다양해지고 사회적·경제적 조건이 급격하게 변동함에 따라 법이 개입해야할 각종 분쟁은 물론 법률전문지식의 수요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대체로 변호사에 대한 접촉을 꺼리거나 어려워하고있다. 섣불리 접근했다가 예상 못한 금전상의 댓가를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성각을 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이세상의 그 수많은 직업 가운데서 힘없는 사람, 좇기는 사람, 죄를 지은 사람들의 아픔과 괴로움을 가장 잘알고 보살펴야할 직업의 하나가 바로 변호사들이다.
그런데도 많은 국민들이 변호사와의 접근을 꺼리거나 심지어 기피까지 하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건 불행한일이다.
변협이 마련한 규칙이 시행되면 변호사와의 수임료 시비나 변호사에게 얼마의 보수를 주어야할지를 몰라 망설이는 일은 일단 없어지리라고 생각된다.
변호사라고 하면 으례 많은 수입을 올릴 것으로 보지만 개중에는 그렇지도 못한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둘린다.
변호사수임료의 정액화로 일반이 변호사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른바 일거리가 없어 한산한 변호사들의 적정수입을 보강할 뿐 아니라 그 때문에 빚어졌던 각종 법조계의부조리를 줄이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변호사들 자신이 의뢰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봉사하는 직업인이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자율적으로 수임료를 정액화한 것은 평가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이 변호사들의 자질향상노력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사회발전에 대응, 소송의뢰인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변호사들은 기본적인 법률지식을 갖추어야함은 물론 새로 제정되거나 개정되는 명령을 지체없이 소화해야만 한다.
변호사들의 꾸준한 자기연찬은 위급한 경우를 당한 사람들의 법률구조자로서뿐 아니라 사건예방을 위한 조언자로서의 구실을 하는데도 필수적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거듭 지적하거니와 변호사는 직업의 성격상 서민과 함께 호흡을 같이할 때라야 그 직업의 보람이랄까 가치가 한결 빛나게 된다. 변호사수임료의 정액화조치가 변호사란 직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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