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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간 박지원 "나랑 악수하믄 DJ와 한 거랑 똑같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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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 주자인 박지원 후보가 15일 오후 본인의 차량 안에서 한 중앙대의원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를 하고 있다. 그는 “열차 안에선 통화하기가 어렵다”며 이날 KTX를 취소하고 광주광역시에서 경기도 군포로 이동했다. 대의원에겐 ‘만난 지 이틀 안에 반드시 전화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 경선에 출마한 문재인·이인영·박지원 후보(기호 순)의 선거운동 현장 르포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순서는 각 후보 캠프가 정한 일정에 따랐다. 박 후보의 광주행을 1박2일에 걸쳐 15시간 동안 동행 취재했다.

14일 밤 광주광역시 서구 프라도호텔에 때아닌 긴장감이 돌았다.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에 출마한 박지원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동시에 투숙하면서다. 15일 광주 MBC가 주최하는 첫 대표 후보 토론회를 준비하느라 각각 4층(박지원 후보)과 5층(문재인 후보)을 썼다. 오후 9시40분쯤 박 후보가 호텔 1층 로비에 있는 카페에서 캠프 관계자들과 두 시간가량 회의를 하는 동안 문 후보는 본인의 방(1501호)에서 다음날 오전 1시까지 토론 전략을 짰다.

 오후 11시30분쯤 회의를 마친 박 후보를 만났다. 수첩에 일정을 꼼꼼히 써 내려가던 그는 코팅된 네 잎 클로버와 행운을 상징하는 2달러짜리 지폐를 보여줬다. 지난 10일 경남 창원 합동연설회와 8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도당 신년 하례회 때 당원으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박 후보는 “전대 승리를 기원하는 당원들의 마음”이라며 “늘 안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고 말했다. 30분간 대화하는 동안 그는 시종 문 후보를 견제했다.

 -문 후보가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건 관념일 뿐이다. 합동연설회가 시작된 지난주 이후 당장 문재인 대세론이 언론에서 사라졌다.”

 -문 후보는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치 인생을 걸겠다’고 했다.

 “현실 도피고 책임 회피다. 부산에서 한 석이라도 더 얻어야지 왜 안 나오나. 서울 종로에서 당선될 걸 알고도 부산으로 내려가 낙선한 노무현 대통령이나, 대구를 지키겠다고 내려간 김부겸 정신에 못 미친다.”

 -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생각은 없나.

 “나는 출마할 거다. 나는 대선 승리에 필요한 사람이고, 2017년 정권 교체 때까지 당을 위해 희생할 생각이다.”

 그는 “지금, 내 정치 인생은 덤”이라며 “사심 없이 정권 교체라는 시대정신을 실천한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한 뒤 방으로 올라갔다. 그때가 12시쯤이었다.

 그는 15일 오전 6시 신문을 집어 들었다. 오전 7시30분 라디오 인터뷰를 한 뒤 오전 8시 조찬 모임에 참석했다. 오전 10시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시장에 들어선 박 후보는 상인들의 손을 잡고 연신 “많이 파쇼잉”을 외쳤다. “나하고 악수하믄 김대중 대통령하고 한 것하고 똑같어”라고도 했다. 건어물 가게를 하는 양영옥(66·여)씨는 박 후보의 손을 잡고 “워메, 어찌케 해서 이겨야 쓰까이. 문재인은 또 말아묵을라고 나온디 ”라고 응원했다. 전당대회 유권자이자 양동시장 상인회장인 손중호(66)씨는 “이번에는 기회를 이쪽(박 후보)으로 줘야제이. 아무래도 지역은 그렇게 생각혀”라고 말했다.

수첩엔 행운의 2달러와 네 잎 클로버 박 후보가 수첩에 넣고 다니는 ‘행운의 상징’ 2달러 지폐와 네 잎 클로버. 지난 8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도당 신년 하례회와 10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당원으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40분쯤 시장을 둘러본 그는 검은 세단에 탔다. 그의 차에 함께 타 얘기를 들었다.

 - 당권·대권 분리론을 강조하는 이유가 뭔가.

 “당권·공천권·대권을 모두 가지려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당권·대권 분리론은 유권자인 대의원·권리당원 사이에 호응이 좋다.”

 -호남에서 상승세에 있다고 판단하나.

 “호남만 상승세라고 강조할 게 아니다. 오히려 문 후보 쪽에선 네거티브를 안 한다고 하면서 ‘박지원이 호남에서만 강세’라며 지역구도로 네거티브 공세를 하고 있다.”

 - 문 후보가 우세할 것이란 시각이 많은데.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판세가 조금 우세하다고 고개를 드는 순간 패배한다.”

 차 안에서 그는 휴대전화로 당원들에게 전화해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한 번 만난 당원에겐 이틀 안에 전화를 한다”고 했다. 차 안에서 틈틈이 거는 전화가 하루에 100통을 넘은 적도 있다고 한다. 20분 만에 박 후보가 탄 차량이 첫 토론회가 열리는 광주 MBC에 도착했다. 그는 조수석 뒤에 꽂혀 있는 은색 거울을 뽑아 참빗으로 머리를 빗으며 “정치인은 늘 깔끔해야 한다. 차에서 내리기 전 늘 머리를 빗는다”고 말했다. 차가 멈추자 그는 얕게 숨을 한 번 내쉬고 문을 열었다. 그러곤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가 터지는 토론회장 앞으로 걸어 들어갔다.

광주=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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