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별 대처 유연 부시 외교 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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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외교가 '고상한 이상주의(Lofty Idealism)'에서 '실용적 이상주의(Practical Idealism)'로 바뀌었다." 위싱턴의 외교분석가 데니스 로스가 3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부시 행정부 2기의 외교정책이 1기 때와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부시 1기 외교를 '고상한 이상주의'라고 했다. 정책 관철을 위해 힘으로 밀어붙이는 외교였다는 것이다. 반면 2기의 외교는 유연해졌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말대로 '실용적 이상주의'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북한과의 관계가 한 사례다. 부시 1기 시절 미국 관리는 북한과 접촉할 수 없었다. 북한은 미국과 양자 협상을 하자고 했지만 백악관은 들은 척도 안 했다. 보수 강경파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 북한을 '상종하지 못할 나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당시 국무장관은 온건파인 콜린 파월이 맡고 있었지만 네오콘이 득세한 터라 이렇다 할 재량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반면 2기엔 "매우 달라졌다". 로스는 "라이스는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이상에서 물러서지 않으면서도 사안마다 현실을 감안한 외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는 북핵 6자회담에서 북.미 간 접촉이 활발했던 걸 사례로 들면서 "미국이 대북 협상을 주저하는 것은 과거의 일"이라고 했다. 로스는 "라이스의 힘은 부시의 신임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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