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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칼럼] 막오른 연금시대, 5층 연금 탑을 쌓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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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객원기자

을미년 새해가 시작됐다. 매년 정초가 되면 사람들은 자신의 자산상태를 점검하면서 노후준비를 위한 재무설계 밑그림을 그린다. 경제와 시장 상황이 달라진 만큼 이에 맞춰 자산운용 방식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아무래도 자산의 연금화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 같다. 사실 연금 자체는 그렇게 매력적인 대상이 아니다. 받을 돈을 찔끔 찔금 받는 것보다는 나중에야 어찌되든 목돈을 한번에 챙기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인간은 미래보다는 눈앞의 이익을 좇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공무원 연금이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데, 사실 이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82년부터 98년까지만 해도 공무원 연금 수급자 중 연금 선택 비율이 50% 이하였다. 연금보다는 일시금을 타는 공무원이 더 많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99년부터 이 비율이 본격적으로 역전되기 시작해 2004년부터는 단 한 해도 90%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공무원 연금에 무슨 일이 생긴걸까. 연금선택 비율이 치솟기 시작한 99년은 바로 시중 금리가 연 13%대에서 7%대로 곤두박질친 시기였다. 이후 금리가 하향 곡선을 그리는 것과 반대로 연금선택 비율은 상승추세를 보였다. 결국 금리가 하락하면서 연금 선호 현상이 생겨났다는 이야기다.

굵고 짧게보다는 가늘고 길게
연금은 대표적인 미래의 현금이다. 미래의 현금을 현 시점의 가치, 즉 현재가치로 바꾸는 것을 ‘할인한다’고 하고, 이때 적용되는 것이 이자율이다. 이자율이 낮을수록 할인폭도 작아지며 미래 현금의 현재가치는 올라간다. 저금리 시대엔 연금의 현재가치가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건 그래서다.

저금리말고도 연금 선호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변수는 많다. 무엇보다 소득에 대한 관점이 변하고 있다. 과거 샐러리맨의 로망 중 하나는 억대 연봉이었다. 억대 연봉은 샐러리맨에게 성공 징표와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억대 연봉이 주는 이미지가 그렇게 강렬하지 못한 것 같다. 상당수 직장인이 ‘굵고 짧게’보다는 ‘가늘고 길게’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다. 구조조정 등 고용 환경 변화, 그리고 평균 수명 증가로 소득에 대한 관점이 연봉 크기에서 ‘평생 소득’ 개념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과거엔 필요한 노후 자금이 10억원이다, 3억원이면 충분하다라는 말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지금은 “월 생활비가 얼마 필요하다”라는 이야기가 오간다.
앞으로 연금은 갈수록 몸값이 뛸 전망이다. 초저금리 기조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고 저성장으로 고용불안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명이 자꾸 늘어나는 장수시대엔 연금처럼 평생 돈의 흐름이 마르지 않는 자산을 으뜸으로 칠게 확실시된다.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가급적 연금재원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노후준비엔 자신의 자산 가운데 얼만큼을 연금화할 수 있느지가 관건이 된다.

5층 연금 탑을 쌓아라
집을 지을 때 층수를 올리는 것은 대지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고층 아파트는 좁은 공간에 많은 가구를 수용함으로써 도시민의 거주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노후자금도 마찬가지다. 저금리? 저성장 등으로 돈을 뚱뚱하게 옆으로 불리기 힘들어진 만큼 위로 자산의 층수를 홀쭉하게 쌓아올리는 게 효율적인 노후준비가 된다.

노후설계에서 국민연금은 1층, 퇴직연금은 2층, 개인연금은 3층에 해당한다. 3층 구조는 노후설계의 기본이다. 그래도 노후 생활비가 모자랄 수 있다. 아파트를 가진 사람은 주택연금으로 4층을 만들 수 있다. 아파트를 금융기관에 맡기고 대출을 받아 쓰는 방식인데, 저금리의 장기화로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5층 설계 공법도 있다. 월지급식 상품으로 소득 흐름을 창출하는 것이다. 미리 목돈을 넣어두고 매달 일정한 이자를 받는 즉시연금이나 월세 수입이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이 5층에 해당한다. 이 역시 일종의 연금 형태로 볼 수 있다.

5개층의 연금자산들은 저마다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 크게 나누면 공적 연금과 사적 연금이다. 공적 연금은 나라에서 국민의 복지 증진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으로 국민연금이 대표적이다. 나라에서 보증하는 것이니 운용기관이 잘못돼도 연금을 못 타거나 하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는다. 사적 연금은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것이다. 운용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개인의 몫이다. 공적 연금은 물가상승을 보전해 주는 등 나라가 수익률 관리를 해주지만 사적 연금은 이런 게 없다. 이제 연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곳이 사적 연금 분야다.

글=서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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