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인도 제철소 건설에 전력 투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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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내년부터는 일년 중 대부분의 시간을 포스코 일관제철소가 들어서는 인도 오리사주에서 보낼 것이다. "

포스코 이구택(사진) 회장이 세계철강협회 서울총회(2~5일)를 맞아 2일 저녁 내.외신 기자들을 초청해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인도 야당과 언론의 반대로 흔들릴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약 12조원을 들여 지을 예정인 연1200만t 생산규모의 제철소를 일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회장은 "인도 현지의 반대여론은 우리가 철광석을 캐 밖으로 가져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며 "포스코는 인도의 철강재 수요가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고, 인도에서 생산한 제품은 그 시장에 공급한다는 기본 목표를 갖고 있다"고 못박았다.

이 회장은 "가까운 지역에 대형 제철소 두 개가 들어선다면 누구라도 먼저 짓고 싶어할 것이다. 앞으로 필요하다면 완공을 앞당기는 등 계획을 수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도 오리사주 근처 자칸에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미탈이 포스코와 비슷한 규모의 제철소를 추진 중인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 회장은 해외사업을 더 확장할 계획도 분명히 밝혔다. "10~20년 안에 상위 5개 철강회사가 세계 철강 생산량의 50%를 독점할 것"이라며 "덩치를 키우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포스코도 생존을 위해선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고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에 나갈 때 그 국가와 시장을 잘 알아야 하며, 그래서 포스코는 아시아로 가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아시아 시장엔 매력적인 인수합병(M&A) 대상이 없어 그럴 바엔 제철소를 직접 짓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 철강회사 중 제철소를 지어본 경험이 있는 인력을 가진 철강회사는 중국 일부 업체와 포스코뿐이며 이는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구택 회장은 "인도에 투자를 결정한 뒤 일주일간 잠을 못 잤다"고 털어놨다. 인도 제철소가 차질 없이 완공되어도 "인도에서 사업하려면 한국에서보다 50%는 더 힘을 써야 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이 회장은 인도 제철사업의 성공 관건은 지역화라고 보고 있다. 주요 보직에 현지인을 활용할 것이라고 한다.

이 회장은 "요새 포스코 직원 사이엔 '회장이랑 눈 마주치지 마라, 인도 간다'는 농담이 떠돈다"고 했다. 그만큼 고생이 예상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인도에 가서 고생하는 직원에겐 혜택을 줄 것"이라며 "포스코 차기 최고경영자(CEO)는 인도에서 고생한 인력 중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제철소 건설을 위해 400~500명의 포스코 최정예 인력을 파견할 것이라고 이 회장은 밝혔다.

중국 푸젠(福建)성에 짓는 제철소도 일정대로 추진한다. 이 회장은 "중국 신철강 정책의 핵심은 중국이 철강업을 수출지향적으로 키울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이라며 "이는 아시아와 세계 철강시장을 위해 매우 시의적절했고 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철강 정책 때문에 추진 중인 중국 제철소가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중국 신철강 정책 가운데 예측하지 못했던 부분은 외국인에게 50% 이상 지분을 줄 수 없다는 부분이었지만 이마저도 '원칙적으로 줄 수 없다'고만 돼 있어 예외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중국이 무섭게 쫓아온다고 했다. "중국 전체 톱10%에 드는 일류 철강회사의 경우 포스코와 격차가 1~2년밖에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산량과 품질이 좋아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 철강 가격에 대해선 올해 1분기 때의 고점 가격과 현재 가격 사이에서 당분간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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