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 여객기장 귀국회견|"납치범 조종 간섭해 위험한 고비 많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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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경 AP=연합】 한국에 불시착했던 피납중공여객기의 기장 왕이헌은 13일 납치 주모자 탁장인이 비행항로에 계속 간섭하여 여러 차례 여객기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중공 관영 신화사 통신은 왕이헌이 이날 회견을 통해 탁장인이 l시간 이상 여객기 조종에 간섭함으로써 여객기는 공중에서 계속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갈피를 못 잡고 흔들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기장 왕은 당시 여객기의 연료가 부족한테다 납치범들이 기체를 파괴하겠다고 위협해 자신은 활주로가 너무 짧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비상착륙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왕은 『나는 기체가 파괴됨으로써 모든 탑승객들을 죽게 하느냐, 아니면 승객들을 구해야하느냐는 양자택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왕은 또 『항로를 바꾸라는 위협을 받았을 때 착륙해야할 지점의 지형이나 비행장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갖고있지 않았으며 여객기는 곤경에 빠졌고 승객들의 생명이 매우 위태로왔다』고 말한다.
왕은 납치범들이 순식간에 조종실의 문을 총으로 쏴서 부수고 들이닥쳤다고 말하고 통신원 왕영창이 납치범들과 협상을 벌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오른쪽 다리에 총을 맞았다고 밝혔다.
신화사 통신은 납치범들을 몰아내기 위해 항법사 왕배부가 막대기를 사용하려하자 납치범들이 두 번째로 무릎에 총을 쏘았다고 말했다.
기장 왕은 납치범들이 자신과 화장림 조종사의 머리에 총을 겨눈채 여객기 고도를 낮춰 항로를 바꾸라고 지시하면서 『우리의 명령을 듣지 않으면 여객기를 파괴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말했다.
납치범들은 또 지상의 항행 및 기상관제소와의 모든 접촉을 끊어버렸다고 기강 왕은 이 회견에서 밝혔다.
한편 상해의 신민만보는 승객과 승무원들이 서울 시민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으며 중공인들이 일부 서울 시민들에게 우정의 선물을 주었다고 보도.
한편 신화사 통신은 기장 왕과 일부 승무원 및 승객들이 13일 당초 출발지였던 심양으로 돌아갔다고 보도하면서 이도 심양당 제1서기는 1만명이 참가한 환영대회에서 『임무를 태만히 함으로써 이번 여객기 피납을 가능케한 자들은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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