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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곤행 지하철에 살인 연기 테러 경계령 내린 워싱턴 '패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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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랑팡 플라자역을 출발한 지하철이 터널에서 멈춰섰다. 객차로 들어온 연기를 마신 승객들이 괴로워하고 있다. [살리 다미거 페이스북]

미국 정부가 공공시설에 대한 테러 경계령을 내린 가운데 12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지하철 터널에서 원인 미상의 연기가 차올라 승객 1명이 죽고 83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상자 중 최소 2명은 위독한 상태다. 사고는 이날 퇴근 행렬이 시작되는 오후 3시30분쯤 워싱턴 시내의 랑팡 플라자역에서 국방부 청사가 있는 펜타곤역으로 출발한 열차가 터널 안에서 갑자기 멈춰서며 벌어졌다. 연기가 터널과 8량의 객차 내부를 채우며 갇혀 있던 승객들이 질식하거나 의식을 잃었다. 랑팡 플라자역 근처에는 국토안보부 청사가 있다.

 한 승객은 “전기가 나가더니 열차가 멈춰서고 전등이 꺼졌다. 그러곤 연기가 문 틈으로 스며 들었다”고 사고 상황을 워싱턴포스트에 전했다. 다른 승객은 “사람들이 패닉에 빠졌다”며 “일부는 소리를 질렀고 곧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서로가 보이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은 터널 내부에 흐르는 전기를 우려해 곧바로 진입하지 못했다. 이날 불이 나지 않았는데도 연기가 발생한 데 대해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고압의 동력선에서 전기가 아크 방전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으나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연방수사국(FBI)이 사고 원인 조사에 참여했다.

 이날 사고는 알카에다 추종 세력의 프랑스 시사주간지 테러에 이어 이슬람 무장 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서방 테러를 선동하는 와중에 발생해 미국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의 테러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고에 앞서 제이 존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연방 청사와 공항 시설 등에 대한 경계 강화를 지시해 연방보호국(FPS)과 교통안전국(TSA)이 시설 출입, 수하물, 승객에 대한 검색 강도를 높였다. 뉴욕시 경찰국(NYPD) 등 미국 대도시의 치안 당국도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순찰과 경계 강화에 돌입했다.

 이날 미국에선 IS 격퇴전을 지휘하는 미 중부군사령부의 트위터와 유튜브 계정이 IS 조직원을 자처하는 해커에게 뚫렸다. 40여 분간 해킹당한 중부군사령부 트위터 계정엔 ‘사이버 칼리프국’으로 자처한 해커가 “미군들이여, 우리가 오고 있다. 등 뒤를 조심하라” “알라의 이름으로 사이버 지하드(성전)를 계속하겠다” “ISIS는 너희의 PC에도 미군 기지에도 있다”는 글을 잇따라 올렸다. 이 해커는 “북한의 핵 미사일이 48시간 내 발사될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이 담긴 ‘한국 시나리오’ 지도, 중국군 병력 배치로 보이는 ‘중국 시나리오’ 지도, 퇴직 미군 장성들과 현직 군 인사들의 연락처·주소 등 미 국방부에서 빼냈다고 주장한 각종 자료도 공개했다. 중부군사령부의 유튜브 계정도 해킹돼 IS를 선전하는 동영상 두 건이 올랐다.

그러나 기밀이라는 ‘한국 시나리오’의 지도 중 일부는 미국과학자연맹(FAS) 웹사이트에 게시된 내용이고 ‘중국 시나리오’는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한 연구소가 발표한 자료로 나타났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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