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월세로 전세 수요 흡수 … 관건은 임대료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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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3일 중산층 임대주택(뉴스테이) 육성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전세 수요를 월세로 돌리기 위해서다. 당장 내 집 마련에 뜻이 없는 전세 중산층을 월세 시장으로 유도해야 고질적인 전세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셋값이 오르는 원인은 초과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민간 기업이 양질의 월세 주택 수요를 제공하면 전세 초과 수요를 흡수해 전·월세 가격을 모두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의 성공 여부를 가를 관건은 임대료다. 국토부는 서울의 경우 월세 80만~100만원가량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산층 가구 월 소득이 500만원이라고 할 때 소득의 20%를 월세로 낼 수 있다고 봐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소득 대비 적정 임대료 비율(RIR)이 20%인 점을 감안한 계산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기본적으로 상당수 중산층이 월세보다는 여전히 전세를 선호하는데다 100만원 안팎의 월세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에서다. 관리비까지 합치면 월 120만~130만원이나 돼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는 얘기다. 이남수 신한은행 PB팀장은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는데다 노후 대비까지 직접 해야 하는 한국적 특성을 고려하면 월세 100만원 안팎을 부담할 수 있는 중산층은 많지 않을 것”이라 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요를 늘리려면 보증금을 높이고 월세를 낮추는 보증부 월세 방식을 활성화해 세입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전세 2억4300만원(서울 전셋값 중간 가격)의 85㎡ 주택에 사는 세입자가 보증금 없이 월세로 전환하면 한 달에 122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보증부 월세로 바꾸면 ‘보증금 8100만원에 월 81만원’, ‘보증금 1억400만원에 월 70만원’ 식으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이렇게 하면 공급자인 건설업체 입장에선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게 딜레마다. 보증금을 높이고 월세를 낮추면 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건설사의 수익률을 적절하게 보장하는 동시에 수요자를 끌어들이는 가격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국내 주택 임대 시장을 선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주택 공급을 확 늘리는 동시에 임대주택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대주택 관리업체인 라이프테크의 박승국 대표는 “임차인 입장에선 임대료 급등이나 잦은 이사 부담이 덜할 것”이라며 “특히 시설물 수리비용 등을 두고 발생하는 임대인과의 마찰이 크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주택 사업을 검토 중인 대우건설 관계자는 “구체적인 세금 감면폭 등이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도 “입지가 좋은 경기도 화성시의 동탄2신도시 같은 곳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황정일 기자,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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