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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외도 의심한 40대 인질극 … 전 남편·의붓딸 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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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찰들이 13일 경기도 안산시 본오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인질극을 벌이던 김모씨(원 안)를 체포해 압송하고 있다. [뉴시스]

별거 중인 아내를 불러 달라며 아내의 전 남편과 의붓딸 등을 인질로 잡고 5시간 가까이 경찰과 대치하던 4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인질 4명 중 2명이 숨졌다. 인질범은 강제 진입한 경찰특공대에 의해 검거됐다. 이 남성은 전날 오후 전 남편 집에 들어간 뒤 24시간 가까이 인질극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인질극은 13일 오전 9시36분 A씨가 112 상황실에 “재혼한 남편이 전 남편 B씨의 집에서 B씨와 두 딸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신고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던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B씨의 다세대주택으로 출동한 경찰은 협상 전문가를 내세워 인질범 김모(47)씨에 대한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집안에는 B씨를 비롯해 A씨가 B씨와 사이에서 낳은 큰딸(18)과 작은딸(16) 외에 B씨의 지인 이모(32·여)씨까지 모두 4명이 인질로 잡혀 있었다.

 김씨는 경찰에게 “아내를 데려오라”고 요구했다. 조금 뒤 현장에 도착한 A씨는 김씨에게 인질극을 중단하고 자수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김씨는 흥분한 목소리로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 김씨는 검거 후 경찰에서 “별거 중인 아내가 전화 연락이 되지 않아 외도를 의심했고, 아내가 B씨 집에 있을 것으로 보고 찾아갔다”고 진술했다.

 한동안 대치를 계속하던 김씨는 이날 오후 2시15분 전화로 자수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내 전화를 끊은 뒤 더 이상 받지 않았다. 경찰이 출입문 앞에서 기다렸지만 김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상황이 급박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오후 2시25분 창문을 깨고 특공대를 투입해 김씨를 붙잡았다.

 집안에서는 이미 숨져 있는 B씨와 흉기에 찔려 중태에 빠진 작은딸이 발견됐다. 작은딸은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숨졌다. 큰딸과 B씨의 지인은 무사히 빠져나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극심한 정신적 충격에 빠진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생존자 2명 모두 실어증에 걸린 것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있어 구체적인 사건 경위 등에 대해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전날인 12일 오후 3시쯤 B씨의 집에 찾아가 “B씨 동생이다”고 거짓말을 한 뒤 집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집에는 작은딸과 이씨 등 2명이 있었다. 이후 김씨는 오후 9시쯤 B씨가 집에 들어오자 몸싸움을 벌였고, 부엌에 있던 흉기로 B씨를 찔러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오후 11시쯤 큰딸이 귀가하자 세 명을 보자기 등으로 포박한 뒤 다음날인 13일 오전 A씨에게 전화해 범행 사실을 알린 것으로 밝혀졌다.

 작은딸은 이날 오전 중 흉기에 찔린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A씨와 통화하던 중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찔렀다고 진술했다”며 “대치 과정에서도 ‘2명을 흉기로 찔렀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작은딸에게 흉기를 휘두른 정확한 시점은 밝혀내지 못했다.

 A씨는 2007년 김씨와 재혼해 법적으로 부부 관계지만 지난해 8월부터 별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검거 후 김씨를 안산상록경찰서로 압송해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 중이다.

안산=임명수·최모란 기자

별거 중인 아내 데려오라 요구
전 남편 집서 4명 인질 잡아
특공대 창문 깨고 진입해 검거
구출된 2명은 실어증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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