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문화 육성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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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침체해있는 지방 문화 예술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방단위의 종합예술제와 시·도 미술전등의 지원을 대폭 학대하고 향토전통예술행사를 육성키로 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 당위성과 필요성이 역설돼왔다. 다만 그 실천만이 과제로 남아있었다.
우리 나라에는 지방문화가 없다고 혹평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문화시설·인력·환경조건이 서울에만 집중돼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문화의 서울 집중율은 시설55%, 행사72%, 출판은 무려 94%에 이르고 있다.
우선 지방의 문화공간만을 놓고 볼 때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 공연예술을 위한 조건을 갖춘 전용극장 하나 없는 실정이다. 연극이나 무용단체가 있어도 그 수준이 아마추어의 선에 머무르는 것이 대부분이며 그나마 공연도 재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음악이나 미술 또는 전통예술의 경우도 대동 소리하다.
이처럼 우리 나라 지방문화가 활성화하지 못하고 침체에 빠져있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모든 정책이 중앙 측 서울중심으로 돼있기 때문이다. 정치·경제·행정 등이 모두 서울로만 집중돼있어 지방은 부수적인 것, 지엽적인 것이란 인식이 뿌리 박혀 있다. 따라서 지방의 특색이 약화되고 향토적 요소가 비교우위라는 면에서 열세에 밀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정책환경에서는 우수한 인재가 지방에 머무를 유인요소가 없어지고 모두 중앙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다. 문화 예술인들이 그 뜻을 펴기 위해서는 서울로 가야만 한다는 생각을 굳히게되고 실제로 서울로만 집중한 까닭에 지방에는 문화인재가 많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방문화의 침체를 가져온 큰 요인이다.
문화인력이 향토를 떠나버린다는 것은 지방에 문화인력이 남지 않는다는 의미 이의에도 향토문화를 외면한다는 의미도 합께 갖는다. 따라서 향토는 문화적 소재에서도 도외시 당함으로써 지방문화를 더욱 소외시켜 버리게 됐다.
지방문화인들이 서울로만 올라오는 이유 가운데는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기 위한 부분도 큰 비중을 갖는다. 고향을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서울을 무대로 활동을 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면 지방문화를 육성하고 활성화시키려면 어떤 방안이 있을까. 정부는 시·도별로 종합예술제를 중점 지원하고 각종 시상제도의 보강, 장학금지급, 관계기관에의 특별채용 등 갖가지 방안을 실시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일시적이고 국부적인 방안은 될지언정 근본적인 지방문화의 활성화시책으로서는 부족하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모든 정책과 행정이 서울 중심적인 환경에서는 문화의 서울집중도 막을 도리가 없다. 서울 지향적인 문화풍토에서 인위적으로 문화의 지방균점이란 이론적으로도 어려운 것이다. 지방문화예술인을 향토에 머무르게 하고 지방의 문화공간을 확충하려면 지방재정이 튼튼해야하고 넉넉한 재정이 뒷받침된 지방행정기관의 육성의지가 있어야만 한다. 그러려면 정치·경제·행정은 물론 문화의 지방자치제가 선행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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