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포대기 자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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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게 뭡니까. 어떻게 입지요. 힙들겠어요』
슈퍼마키트에서 만난 금발의 중년부인은 호기심에 가득 차 있었다. 아이를 등에 업고 이불같은 것을 둘러 묶은 모습을 난생 처음 보았기 때문이리라.
베이비 컴퍼터라고 가르쳐주며 아이가 가장 안전하고 포근하게 엄마와 밀착된 것을 실감할 수 있는 한국식 육아도구라고 설명해 주었다.
남편의 지사근무로 미국에 온지 반년이 지났다. 짐을 싸면서 하나하나 과감하게 떨구어 짐을 줄이는 중에도 이 포대기만은 예의였다. 추운 날, 집밖을 나서야 할때, 집안일이 많아 아이에게 눈돌릴 수 없을 때의 사고예방, 더구나 아프기라도 할때 보채는 것을 달래는 최고의 방법이 된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자동화, 시스템화, 슬림화되는 기술혁신 시대에도 아이는 손으로, 마음으로 길러간다는 평범한 사실을 진하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 우리나라의 젊은 엄마들도 「독립심」을 외치며 가능하면 손 덜대고, 안아주지 않고, 침대에 누인 채 우유밥만 쥐어주는 혁신적 육아법을 따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식 육아법의 결과가 지금 여러가지 사회병리 증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1백여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에 내 또래의 우리나라 아기엄마가 셋 있는데, 포대기는 떠나올때 당연히 제외품목이었지만 다양하고 편리한 육아기구가 많은 여기에서도 소포로 부쳐달라는 국제전화를 해 보내오기도 했다.
바로 위층의 해산을 앞둔 예비엄마는 내가 아이를 업고 나설 때마다 푸르고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요모조모 살피며 자기도 업어보고 싶단다. 그래서 아기와 엄마를 사랑으로 묶어주는 이 포근한 끈을 자랑스럽게 가슴에 매고 많은 사람들의 눈총을 마음껏 받아들인다.
꼴꼴이 누빈 진달래빛 처녀포대기의 꼴마다 숨어 있는 친정 어머니의 정을 가슴 찡하게 느끼고, 아기업는것도 맵시를 내야 한다시던 말씀 되새기며 매무새를 고친다. 소중히 간수했다가 두딸이 자란 뒤 꺼내 보여주며 사랑은 받은 만큼 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리라. <1015 Country Place Dr #28 Houston Texas 77079,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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