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속에 시선정에 문제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중·고교교과서에 실려있는 시의 선정에 문제가 있고 시교육도 잘못 이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시인에 의해 나왔다. 시인신경림씨는 교육신보에 연재하고있는 「교과서속의 시들」 이란 글에서 교과서에 실린 시들이 우리의 문학적 현실과는 거리가 먼 전통서정시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시교육도 시를 전체적으로 이해시키는데 중점을 둔것이기 보다는 어구풀이등 도식적 설명을 하는 경향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씨의 조사에 따르면 고교국어교과서에 실린 시는 모두 46편. 그가운데 같은 시인의 시가 2편이상 들어간 것이 10여건이나되어 교과서에 소개되고있는 시인은 30명 남깃하다. 신씨는 한시인의 시가 2편. 3편 실리는것은 그 시가 교육적으로 필요하며 우리시의 수준을 대표하는 것이면 전혀 논란의 대상이 될수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음을 들었다.
즉 비슷한 이미지의 동일시인의 작품들이 극히 제한된 한권의 교과서속에 들어있는경우가있으며, 그럴 경우 다른 시인의 다른 시를 실어 여러 시인의 모습을 알게 하는것이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느껴진다는것.
인문계1학년 교과서의 시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신씨는 그속에있는 8편의 시(시조는 10편)가 모두 전통적 서정시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고교3학년 국어교과서에 보면 『사변을 계기로하여 현대시는 참여시·순수시·전통시·주지시등으로 갈라졌다』며 오늘의 우리시에 네가지 경향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하고 있으면서도 전통서정시 일색으로 꾸민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시중에는 몰개성적이고 안이한 방법으로 토속적 정서를 조립한 것도 있음을 지적했다. 신씨는 이렇게 만들어진 토속적 정서·시골풍경이 실제로는 우리의것이 아니며 거기에는 우리의 땀냄새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람의 삶이 배제된 정서, 일하면서 사는 모습이 빠진 시들어 낯익은 것으로 느껴진다면 그것은 잘못 길들여진 감정탓이며 이러한 시가 교과서에 자리잡고 있는한 감성은 계속 잘못 길들여질 것이라고 그는 우려했다.
학교에서의 시교육은 어떤가?
신씨는 참고서류가 교사들이 시를 가르치는데 참고가 된다고 한다면 많은 참고서나 자습서에 나타난 시에 대한 문제는 장학퀴즈 해답같은 답만을 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을 시에서 멀리하는 결과 밖에 빚을것이 없다고 단언한다.
신씨는 시교육은 시를 전체적으로 이해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정서순화와 함께 사물을 올바로보고 올바로 이해하는 눈을 기르게 하는 것인데 어구풀이나 하고 교묘하게 만들어낸 사지선다형 문제에 답할수 있는 지식만주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교1학년교과서에 실려있는 정훈씨의 작품『동맥』을 풀이한 한 참고서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갈래=형태상 자유시, 내용상 서정시▲운율=내재율▲특징=사념적·감각적·주정적▲주제=사모의 정념▲제재=동백꽃▲구성=기·승·전·결식 선경후정」
신씨는 이 풀이에 물론 잘못은 없으나 이같은 도식적인 풀이는 학생들로 하여금 시에 흥미를 갖지 못하게 하며 좋은 시를 가려 읽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게 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이같이 교과서의 시선정과 교육의 문제점을 말하면서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그는 시의 선정은 삶의 현실을 다룬시가 많아져야한다고 보았다.
서정적인 시도 좋지만 우리 삶의 현장을 다룬 시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시가 삶과 직결되어있음을 느끼게해주어야 한다는 것. 시교육에서는 시를 자구풀이나 구조등을 설명하기보다 전체적인 느낌을 학생들이 알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가 그시를 쓴 시인이나 그시가 쓰여진 배경등에 대한 연구를 해야하며 그시와 비슷한 이미지의 시를 소개해주는 노력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임재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