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요직의 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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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일합섬 김근조씨 변사사건에대한 책임을 지고 안응모 치안본부장이 의원사직한데이어 경찰수뇌진의 후적인사가 단행되었다.
우리는 먼저 이번인사가 폭행이나 고문과 같은 전근대적인 수사방법이 아직 성행하고 있다는 경찰에대한 인상을 말끔히 씻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고자한다.
경찰의 첫째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과정은 적법성을 띠어야하고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대로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이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고문이나 폭행과 같은 불미스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음은 시민의 권익을 위해서건 경찰의 명예를 위해서건 유감이다.
의령참사의 경우는 제쳐두고라도 여대생피살사건,윤노파샅해사건등 강력사건이 날때마다 경찰의 가혹행위가 거론되고 지탄을 받은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수사관의 입장에서보면 너무도 삔한 범죄사실을 부인하는 피의자가 얄미워 한두대 때려주고 싶은 총동을 받을수는 있다. 강력사건의 현행법이나 파렴치범에대해서는 몇대 때리는것쯤 어떻겠느냐는것이 수사관들의 통념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안역한 수사방식이 바로 함정인셈이다. 한두대쯤 어떠냐는 생각이 마침내는 이번 김근조씨 변사사건과 같은 큰 실수를저지르게 하기때문이다.
경찰의 업무가 고달프다는것은 누구나 안다. 날로 늘어나는 범죄를 뒤쫓고 해결해야 할 수사경찰은 특히 그렇다. 수사는 따지고보면 전쟁과 같은 것이다.피의자의 윤곽이 잡히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확신이 선다해도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해야지 우격다짐으로 자백을 시킨다고해도 증거로 채택되지는 않는다.
사법부는 여대생피살사건과 윤노파살해사건을 통해 강요받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가 속에서 한 진술이라도 자백의 임의성은 인정하되 증거로는 채택치 않는다는 판례를 남겼다.
그럴수록 수사경찰에 요구되는 것은 인내심이다. 정황으로 미루어 범인임이 확실한 자로부터 모욕도 당하고 심지어 생명의 위협까지 받아가면서 객관적으로 꼼짝 못할 증거를 잡는것, 그것이야말로 수사경찰 본연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과학수사란 말처럼 쉬운것이 아니다. 수사관으로서 우수한 자질을 가진사람을 요원으로 확보할 수 있고 신분에서부터 처우에 이르기까지 말겨진 일에 비념할수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함은 물론이다. 뿐더러 과학수사를 뒷받침 할수있는 최신기재나 장비를 갗추어야 한다.
우리가 기획있을때마다 수사경찰의 사기문제에 관심을갖고 예산상 배려를 강조한것은 그런뜻에서다.
김근조씨 사건의 책임을 지고 경찰총수가 사임한 의미도 과소평가할 수 없다. 그동안 큼직한 사건이 날 때마다 수사기관의 가혹행위에 대한 체험담은많았지만 그책임이 규명되었다는 얘기는 듣기어려왔던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번사건만 해도 한 재벌회사의 간부사윈이 죽음에 까지 이르렀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십중팔구 흔히 듣는 고문체험담으로 끝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책임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문책하는 풍토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경찰이 새로운 면모를 다짐한다해도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는보장은 되지못한다. '
비록 뼈를 깎는 아픔이 따르더라도 고문·폭행과 같은 전근대적인수사방식은 뿌리를 뽑고야 말겠다는 인식을 새롭게 해야 이번 경찰인사의 의미는 살수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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