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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팀 기록도 축하 … 통큰 전자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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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왼쪽)이 통산 리바운드 2위 기록을 세운 공을 김주성에게 선물했다. [사진 KBL]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가 프로스포츠 동업자 정신의 모범 사례를 보여줬다. 상급단체인 프로농구연맹(KBL)을 대신해 경쟁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실천하며 농구팬에게 감동을 안겼다.

 전자랜드는 6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동부와의 홈경기 1쿼터 종료 1분6초를 남기고 경기를 잠시 중단시켰다. 동부 김주성(36·2m5cm)이 개인 통산 3830번째 리바운드를 잡아 이 부문 단독 2위로 올라선 순간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상대팀 선수의 기록임에도 전자랜드는 흔쾌히 별도의 이벤트를 준비했다. 장내 아나운서가 “13시즌 동안 최선을 다한 김주성 선수가 방금 대기록을 세웠습니다”고 말하자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로 축하했다.

 전자랜드는 특별한 선물도 준비했다. 김주성이 리바운드한 공에 선수의 사인을 받아뒀다가 하프타임에 열린 기념 이벤트에서 깜짝 선물로 김주성에게 건네줬다. 프로농구팀은 홈경기 공인구를 좀처럼 외부로 반출하지 않는다.

‘공과 함께 승운도 빠져나간다’는 미신 때문이다. 전자랜드는 동업자 정신을 위해 징크스마저도 과감히 깨 버렸다. 경기 하루 전 이익수 단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일찌감치 이벤트 내용을 확정지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김주성은 “내가 세운 기록을 상대 선수들과 감독, 팬들도 함께 축하해주니 감동이 더 컸다”고 감사해 했다. 전자랜드는 동부와 시소게임을 벌인 끝에 80-75로 승리해 ‘선행’과 ‘승리’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전자랜드의 통큰 결정은 지난해 12월 15일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의 간판스타 코비 브라이언트가 통산 득점 3위에 오를 당시 상대팀 미네소타 구단주가 해당 공을 선물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전자랜드는 2013년에도 당시 부산 kt소속이던 서장훈이 은퇴를 앞두고 인천에서 마지막 원정경기를 치르자 흔쾌히 기념 이벤트를 열어줬다. 서장훈의 현역 시절 기록을 담은 금판 명함과 친필 사인 유니폼을 전달해 ‘상대팀과 기록을 존중하는 구단’으로 칭송받았다.

 반면 KBL은 기록과 영웅을 존중하지 않는 행보로 눈총을 받고 있다. KBL은 ‘리바운드는 3000개 단위로만 시상한다’는 규정에 사로잡혀 김주성의 기록을 외면했다가 농구팬들의 질책을 받았다. 앞서 SK 주희정(39)이 프로농구 최초로 9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을 때도 ‘출전 500경기 단위만 시상한다’며 외면했다가 뒤늦게 특별시상식을 열었다. KBL을 대신해 산하 팀 전자랜드가 프로농구의 자존심을 살려줬다.

한편 창원 LG는 7일 안양 KGC인삼공사를 102-85로 꺾고 3연승을 달리며 7위(15승20패)를 기록했다. 고양 오리온스는 전주 KCC를 75-69로 누르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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