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진국 진입하려면 금융자산 수익률 높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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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자산의 수익률을 높여야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 헤지펀드 중 하나인 디스커버리펀드의 데이비드 전(43) 최고경영자는 저금리 등에 따른 금융자산의 저수익성 탈피가 한국의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전씨는 "똑같은 규모의 자산을 투자할 경우 연 수익률이 2%포인트 차이가 나면 50년 뒤 자산 규모가 4배 차이가 난다"며 "현재 한국 금융자산의 수익률은 미국 등 선진국보다 연 3%포인트가량 낮아 저수익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금융자산이 기껏해야 연 4%대의 수익률에 만족하고 있는 데 비해 미국과 영국 등은 주식과 펀드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 연 7%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의 금융자산 수익률을 연 1%포인트만 높여도 해마다 삼성전자가 올리고 있는 기록적인 수익 이상의 국부를 추가로 얻게 되는 셈"이라며 "지금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제조업이 창출하는 금융자산을 어떻게 굴릴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기술과 자본.특허 등 숱한 장벽이 있는 제조업에서 성공한 한국의 저력을 감안하면, 금융분야에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전씨는 한국이 금융자산을 성공적으로 불릴 경우 일본을 추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제조업엔 성공했지만 금융업에선 실패해 10여 년간 경제가 제자리 걸음을 했다고 그는 진단했다.

전씨는 이를 위해 "돈을 국내에 묶어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외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환율이 떨어진다고 걱정하기보다는 국내 자본의 해외 투자를 적극 유도해 수익률을 높이고 환율도 안정시키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최근 정부가 설립한 한국투자공사(KIC)에 대해 전씨는 "주식과 채권 등에만 투자하지 말고 해외 뮤추얼펀드나 헤지펀드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 리스크를 줄이고 기간도 장기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 덕수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1975년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한 교포 1.5세인 그는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친 뒤 미국 최대 민간 연구기관인 콘퍼런스보드 분석가와 증권사인 베어스턴스 전무를 거쳤다. 디스커버리펀드는 전세계 25개국의 주식.채권.환율에 약 25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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