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타, 무리한 체중조절로 자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장정구 (20) 와 「사파타」(25·파나마)의 WBC라이트플라이급 타이틀매치(26일·대전충무체)는 프로복싱에서 체중조절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남긴 한판승부였다.
「사파타」는 대전4일전 공개스파링때만해도 엄청난 파워을 과시하며 기세가 등등했다.
그러나 계체량에서 마지막 1백70g의 감량에 실패, 무리한 체중조절끝에 결국 타이틀을 헌상하고 만것이다.
장정구가 3회들어 챔피언「사파타」의 복부를 비롯 안면은 물론 심지어 벨트아래까지 무차별 가격, 2분46초만에 예상을깬 KO승을 거두고 세계도전 11연패의 늪에빠진 한국프로복싱을 구하는 순간 4천여 관중들이 기쁨의 환성을 지르기 까지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날 상오10시에 실시된 계체량에서 장은 48·700kg으로 한계체중(48·980kg)을 가볍게 통과한반면「사파타」는 1백70g을 초과했고 1시간 여유를 준 2차계체량 에서도 l백20g이 넘어 또다시 11시50분 3차 계체량을하여 간신히 통과했다.
「사파타」는 6차례나 사우나를 하는등 링에 오르기전 벌써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복서들은 체중조절과 싸우며 감량의 고통속에 시달리게 된다.
복서들은 평소 자기체급보다 대개 3∼5kg, 심한경우 10kg까이 체중이 늘어나있다.
이 넘는 체중을 격렬한 훈련으로 줄이게된다.
그러나 이에 실패할때 사우나등으로 무리한 감량을 참아내며 대전에 나서게되는 것이다.
2개체급타이틀을 따낸 홍수환은 천재적 자질을 갖고있으면서도 부실한 훈련으로 체중조절에 실패, 어이없이 타이틀을 모두 잃고말았다.
74년7월「테일러」 (남아연방) 를 판정으로 누르고 WBA밴턴급챔피언이된 홍은 이듬해 3윌 2차방어전에서「사모라」(멕시코)에게 맥없이 4회 KO패하고말았다.
후에 알려졌지만 홍은 로스앤겔레스에서 벌어진 이대전을 앞두고 체중감량에 고심, 식사를 거르는등 애를 먹고있었다.
대전전날 너무나 배가 고픈 홍은 가지고간 꿀물 마구 퍼먹었다.
이튿날 홍은 계체량을 앞두고 체중이 줄지않아 수차례 사우나를 하는등 고생을했다.
전날먹은 꿀이 체내에서 상승작용을 일으켜 감량이 잘되지않은 사실은 뒤에 귀국해서 밝혀졌다.
체중조절로 말썽을 빚은 대표적 경우는 WBC라이트플라이급챔피언이었던 김성준.
이체급으론 큰키(1m67cm)의 김은 평상시에 항상 한계체중(48·98kg)보다 8∼9kg이 옷돌았다.
그래서 대전을 앞두고 컨디션조절보다도 체중조절이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해 힘든 경기를 벌이곤 한 것이다.
WBA 흘라이급챔피언이었던 김태식도 80년12윌로스앤젤레스에서 가진「마데블러」 (남아연방)와의 2차 방어전에서 감량에 실패, 타이틀을 잃고말았다.
한편 「사파타」의매니저「스파다」 는 『「오르데카」주심(미국)이 가드를 올리고있는 선수에게 다운을 선언한것은 불공평했다』 고 항변하면서도 『체중조절설패로 패했다. 「사파타」는 플라이급으로 체중을 올려 재기하겠다』 고 말했다.
어쨌든 장정구가 행운의챔피언이 됨으로써 한국프로복싱은 지난81년8윌 김태식이 WBC플라이급챔피언「아벨라르」 (멕시코) 에게 KO패한이래 1년6개월만에 세계타이틀도전11연패에 종지부를 찍었다.
또 지난해 11월 김철호가「오로노」에게 KO패로 WBC슈퍼플라이급타이틀을 잃은 이래 4개윌만에 챔피언 무관의 불명예를 씻게됐다.
장은 한국복서로 박찬희·정순현이래 같은상대에 도전해 성공한 최초의 선수가됐다.
이와함께 80년l월김성준이 상실한 이타이틀은 일본·파다마·멕시코를 거쳐3년2개월만에 다시 한국에 돌아오게됐다.
21승 (10KO) 1패를 기록하게된 장은 앞날이 평탄치는않지만 박찬희·김철호의 5차방어벽을 깰 장수챔피언으로 기대르 모으고있다.
장은 우선 「사파타」가 갖기로한 지명전을 계승, 90일 이내에 랭킹1위인 멕시코의 「헤르만·토레스」와방어전을 벌일것같다.
그러나 전호연매니저는『일본이나 동남아복서를 골라 선택방어전을 벌이도록하겠다』 고 말하고있어 확실치는 않다.
또 장은 지명전외에「사파타」측과 맺은 두차례 옵션 (이면약정)을 지켜야하는등 첩첩산중에 쌓여있다.
그러나 프로복서의 첫째요건인 거친면을 보유한데다 펀치력과 테크닉등이 모두 수준급이어서 선수자신의 정신력이 따라준다면 롱런 할것이라는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이민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