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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파워 엘리트 대해부] 3. 전체 엘리트 중 명문가 출신은 4.3%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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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느 사회에나 명문가는 존재한다. 중세 유럽의 귀족이나 조선시대의 문중(門中)이 대표적이다. 현대의 유럽이나 일본, 역사가 짧은 미국에도 명문가는 있다. 끈끈한 혈연으로 맺어지면 다른 어떤 집단보다 결속력이 강력할 수밖에 없다. 본지는 파워 엘리트 3만1800명의 혈연 관계를 따져 봤다. 취재팀은 5촌 이내 혈족과 동서.사돈, 즉 '가까운 친인척' 관계를 혈연으로 규정했다. 명문가는 편의상 두 명 이상의 파워 엘리트를 갖고 있는 혈연 집단으로 봤다.

◆ 명문가 엘리트는=우리 국민(4700만 명 기준) 중 파워 엘리트는 0.07%였다. 취재팀의 분석 결과 이들 파워 엘리트 중에서도 명문가에 소속된 엘리트는 4.3%였다. 따라서 국민 중 명문가 소속 엘리트는 국민의 0.003%, 즉 국민 10만 명 중 3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전체 명문가 중 상위 7개 집안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는 소속 엘리트가 5명 이하인 '소규모' 명문가였다.

국내 명문가를 연구 중인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한신갑(사회학) 교수는 "미국은 1000개 집안 정도를 정통 명문가로 본다"며 "그러나 한국은 명문의 뿌리가 거의 단절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문화적 엘리트를 많이 배출한 집안을 명문으로 보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권력자나 재벌 등을 명문가로 본다"며 "한국 사회는 이런 유형의 명문마저 뿌리내릴 토양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제시대와 광복, 분단 및 한국전쟁, 4.19와 5.16 등 잦은 정치 변동이 명문가 형성에 장애가 됐다는 것이다.

◆ 엘리트 많이 낸 집안은=취재팀의 분석 결과 가까운 친인척 중 가장 많은 엘리트를 가진 집안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집안으로 나왔다. 이 전 총재 집안에서 엘리트에 포함된 사람은 27명. 가족 중엔 이회경(KAIST 교수)씨 등 두 명뿐이다. 하지만 11개의 혼맥이 이어지면서 엘리트 숫자가 늘어났다.

이 전 총재 장남과 이봉서 전 상공부 장관의 딸이 결혼한 게 계기였다. 이 전 장관이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동서여서 효성가와 인척이 됐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딸이 효성 가문에 시집가면서 이 시장과도 인척 관계가 됐다. 이 전 총재와 이 시장은 혈연 10단계를 거쳐야 이어지는 사이다.

다음으로 엘리트가 많은 집안은 삼성.LG.현대 가문. 소속 엘리트는 나란히 26명이었다. LG-삼성(고 구인회 회장 아들과 고 이병철 회장 딸), LG-현대(고 정주영 회장 손자와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손녀) 사이에는 혼인 관계도 형성돼 있다. 혼맥은 직계 혈족에 비해선 '느슨한 연대'일 수밖에 없다. 국내의 경우 엘리트의 아들.딸.형제 등이 엘리트가 되는 것보다 이렇게 혼인을 통해 느슨하게 맺어지는 명문가가 많은 게 특징이다.

본지 조사에서는 법조인 사이의 혼맥이 두드러졌다. 일례로 문상익 전 수원지검장은 아들이 서울고법 판사, 매제가 송종의 전 법제처장, 동서가 변호사(정인봉 전 의원)였다. 그는 모두 5명의 다른 법조인과 혈연을 맺고 있었다. 서영제 대구고검장은 장인이 변호사였으며, 본인도 검사인 이득렬 전 MBC 사장의 아들을 사위로 맞았다.

◆ 명문가 엘리트의 출신 대학.고교=서울대(40.4%)-연세대(7.9%)-고려대(5.7%)-이화여대(4.5%)-한양대(1.6%) 순이었다. 서울대 출신 비율은 전체 엘리트 평균(32.7%)보다 높았다. 연세대.이화여대 순위가 전체 엘리트 출신 대학 순위(연세대 3위, 이화여대 15위)보다 높은 것도 특징이다. 경기고 출신의 비율(18.5%)은 전체 엘리트 평균(6.9%)보다 훨씬 높았다. 외국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355명(21%). ▶일본 와세다대(18명)와 주오대(14명)▶미국 하버드대(12명)▶대만 중문대(10명)▶미국 조지타운대(9명) 순이었다.

◆ 탐사기획팀=이규연(팀장), 정선구.양영유.강민석.김성탁.정효식.민동기.임미진.박수련 기자

◆ 제보=, 02-751-5673, 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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