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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파워 엘리트 대해부] 3. 진주에선 기업인 … 전주선 법조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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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구본무·허창수·강영중 CEO들 잇따라 나와
'경영자의 고향' 진주

서울 등 7대 광역시를 제외한 전국 162개 시.군 가운데 230명의 엘리트를 배출해 1위에 오른 진주시. 교육과 상업이 발달한 경남 서부 지역의 중심지로 경제인을 많이 배출했다. 230명 중 61명(27%)이 경제인으로,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많다.

진주는 오래전부터 한국 경제를 일으킨 최고경영자(CEO)의 산실이었다. LG.GS그룹의 전신인 럭키금성그룹 '구씨.허씨 가문'이 대표적인 진주 산(産). 럭키금성그룹은 1931년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명예회장이 진주 중앙시장에 작은 포목상을 연 게 모태가 됐다. 해방 직후 부산에서 조선흥업사를 세우며 사업을 확장한 구 회장을 사돈 간인 진주의 만석꾼 허만정씨가 찾아가 출자를 하면서 LG.GS의 '구.허 동업'이 시작됐다. 창업 2세대인 구자경 회장과 고 허준구 회장, 3세대인 LG와 GS의 구본무.허창수 양대 총수도 모두 진주 태생.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과 박원배 전 한화석유화학 부회장, 김수필 SKC 부회장 등도 진주가 고향이다. 인근 경남 의령에서 자란 고 이병철 삼성 명예회장은 6개월 동안 진주 지수초등학교를 다녔다. 진주고를 졸업한 제진훈(경남 산청 출생)제일모직 사장과 손길승(경남 하동 출생) 전 SK 회장 등 '범 진주 재계 인물'까지 더하면 CEO의 산실로서 진주의 명성은 더욱 커진다. 풍수지리학자 최창조씨는 "진주를 지나는 남강은 재와 부를 상징하는데 이 지역에서 성공한 창업자가 나오자 그들을 좇아 기업인이 된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진주는 인구(34만8000여 명)의 3분의 1 이상이 학생일 정도로 젊은 도시다. 경상대.진주교대.연암공대 등 대학이 6개나 있다. 특히 81년 평준화 이후에도 경남과학고가 인재를 끌어 모아 포스트386세대에서도 전국 시.군 중 엘리트 배출 1위에 올려 놓았다.

배출한 인재 중 40%가 법조인
'고시의 고장' 전주

전주는 호남에선 유일하게 엘리트 배출 5위 안에 들었다. 조선시대 왕실의 고향이었던 전주는 과거급제자를 많이 낸 곳 중 하나였다. '고시(考試)'에 강한 지역 특색은 계속 이어졌다.

전주 출신 엘리트 218명 중 88명(40%)은 법조인이다. 시.군 단위 지역 중 최다 '법조인 동네'로 통한다.

이성룡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김동정 전 대한변협 부회장, 박윤창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이태종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신건 전 국정원장 등이 있다. 전주 태생 김성길 변호사는 "농촌 출신이 차별받지 않고 빠르게 출세하는 길이 '고시'라는 생각에 법조계로 많이 몰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른 분야의 인사로는 한덕수 경제부총리, 유희열(전 과학기술부 차관) 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이한선 중앙경찰학교장, 최영희 청소년위원회 위원장,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 이무영 전 경찰청장 등이 있다.

그러나 출생지가 아닌 고교를 기준으로 보면 엘리트 수는 441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명문 전주고가 엘리트를 많이 배출했기 때문이다. 이강국.박재윤 대법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 김원기 국회의장, 한승헌 사법개혁추진위원회 민간위원장, 진념 전 경제부총리가 대표적 전주고 동문이다.

70년대생 엘리트 43%가 여성
'여다(女多)의 섬' 제주

돌.바람.여자가 많아 '삼다도(三多島)'로 불리는 제주에선 여성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엘리트 297명 중 8%가 여성으로 서울(9%)에 이어 전국 둘째다.

주요 인사로는 현애자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김광옥(식품영양학) 이화여대 교수, 김희경 울산지검 특수부 검사 등이 있다.

제주 출신 여성 엘리트는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386세대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포스트 386세대에는 여성 비율이 43%로 인천(35%).서울(27%)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포스트 386세대 여성 12명이 모두 사법시험을 통과한 데 힘입었다.

제주 여성들이 잘나가는 비결은 강한 생활력에 있었다. 해녀일을 하며 어머니들이 가장 노릇을 했던 환경이 이제는 딸들을 엘리트로 키워낸 것이다. 대어급 마약 사범들을 잡아 유명해진 김희경 검사는 "스스로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전문 분야 일을 하겠다는 여고 친구가 많았다"며 "그런 자립심이 검사생활에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전체 3만1800명의 엘리트 중 제주 출신은 1.3%였다. 386세대 이후 인천과 대전을 따돌렸다. 제주도 인구(55만여 명)를 감안하면 인천의 4배, 대전의 2.3배를 배출한 셈이다.

◆ 탐사기획팀=이규연(팀장), 정선구.양영유.강민석.김성탁.정효식.민동기.임미진.박수련 기자

◆ 제보=, 02-751-5673, 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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