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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데이 '국제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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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영화 ‘국제시장’이 관람객 77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5일 영화의 배경이 된 ‘꽃분이네’ 가게 앞에서 젊은 남녀가 셀카 사진을 찍고 있다. 이 가게 앞은 영화 개봉 이후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송봉근 기자]

“관광객이 이렇게 많이 몰리는 것은 1990년대 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의 배경이 된 부산 중구 신창동 국제시장에서 40년간 침구류를 팔아온 이영대(57)씨의 말이다. 이씨는 “국제시장이 8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쇠퇴했는데 영화 인기에 힘입어 국제시장은 물론 부평깡통시장과 자갈치시장까지 중구 전체가 들썩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추세라면 광복동·남포동 상권 회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4일 오후 3시쯤 부산지하철 1호선이 자갈치역에 도착하자 승객들이 우르르 내렸다. 이들 대부분은 국제시장으로 향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광장은 이미 인파로 가득 차 있었다. 간식거리를 파는 먹자골목은 더욱 붐볐다. 아이 손을 잡고 나온 가족과 단체관광객들이 뒤엉켜 발을 떼기가 힘들 정도였다.

 국제시장엔 6개 동에 1500여 개 점포가 입주해 있다. 영화에 등장한 ‘꽃분이네’는 3동과 4동 사이에 있다. 이날 가게 앞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 상인은 “골목길이 막혀 도저히 장사를 할 수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용운(68) 국제시장번영회장은 “하루 수만 명 수준이던 방문객이 영화 상영 이후 하루 10만 명 이상으로 늘었다”고 했다. 국제시장에서 55년간 속옷을 팔아온 강용길(71)씨는 “엄청나게 사람들이 몰리면서 매출도 20%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인근 부평깡통시장과 자갈치시장도 영화 특수를 한껏 누리고 있었다. 롯데백화점~자갈치시장 주차장변 도로는 관광버스로 가득 찼다. 자갈치시장 상인 김동식(53)씨는 “이곳도 방문객이 40%가량 늘었다”며 “영화의 파급 효과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말했다.

 부산시와 부산 중구, 부산관광공사도 관광명소화에 나섰다. 당장 관광투어 코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1월 한 달간 토·일요일 오후에 국제시장 촬영 코스를 무료로 안내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 뒤 호응이 클 경우 상시 운영하기로 했다. 해설사가 남포사거리→BIFF 광장→먹자골목→꽃분이네→부평깡통시장→용두산공원 등을 2시간 동안 돌며 설명하는 코스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온 박준영(32·회사원)씨는 “헌책방 골목과 부산근대역사관 등 볼거리가 쏠쏠하게 많아 좋았다”고 평했다.

국제시장 인근 먹자골목도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송봉근 기자]

 꽃분이네 등 영화 촬영지에는 안내판을 설치하기로 했다. 관광객에게 호텔비를 할인해주는 등의 혜택도 검토 중이다. 부평깡통시장 내 야시장은 30개 매장을 50여 개로 늘리기로 했다. 이 야시장은 베트남·인도·일본 음식 등 다문화 음식에 각종 공연이 곁들여지면서 평일엔 5000여 명, 주말엔 8000여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오는 5월엔 4층짜리 관광지원센터도 문을 열 예정이다. 김상호 중구 부구청장은 “국제시장 주변은 과거와 현대가 어우러진 이색 상권”이라며 “내국인은 물론 중국인 관광객도 적극 유치해 과거의 명성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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