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디즘' 모르지 않지만 인간 사드, 새삼 궁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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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상대를 고통스럽게 하는 데서 성적 쾌감을 느끼는 도착(倒錯) 증세인 ‘사디즘(sadism)’. 그 용어를 탄생시킨 18세기 프랑스 작가 사드(1740∼1814·얼굴)의 전집이 나온다. 그의 사망 200주년에 맞춰서다. 지난해 말 전집 1권인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가 이미 나왔고, 앞으로 매년 한두 권씩 10년간에 걸쳐 모두 14권을 출간한다. 시인·변역가인 성귀수(54)씨가 번역을 맡아 출판사 워크룸 프레스에서 낸다. 그의 전집 국내 출간은 이번이 처음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드는 여전히 ‘저주 받은 이단아’일 뿐이다. 그는 사회적·도덕적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미치광이 행각으로 15년간 수감생활을 했고, 14년을 정신병원에서 보냈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소돔 120일 혹은 방탕주의 학교』는 네 명의 부유한 난봉꾼이 수십 명의 소년·소녀를 상대로 극단적인 성적 쾌락을 추구하다 끝내 대량 살육에 이르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국내에서 이 책을 출간하려면 ‘19세 미만 구독불가’ 문구를 넣어 반드시 비닐 포장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측면은 사드 후작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게 번역자와 출판사의 판단이다. 20세기 들어 본격적인 복권이 이뤄진 그는 언어학·철학·심리학·신학 등 다양한 학문 영역에서 연구 대상으로 삼을 만한 독창적인 ‘텍스트’라는 얘기다.

 그런 주장에 걸맞게 『사제와…』는 사드의 무신론 사상이 담긴 표제글과 무도회에서 만난 여인에게 보낸 20대 사드의 연애편지, 독서 노트 등을 묶었다. 『소돔 120일…』은 전집 2권으로 나온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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