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자 운전면허 발급 첫 날 DMV...반나절 동안 6000명 몰렸다

미주중앙

입력

2일 밸리지역 그라나다힐스의 가주차량국(DMV) 오피스 앞에는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새벽 3시부터 긴 행렬이 만들어졌다. 2일부터 시작된 가주의 불체자운전면허증(AB 60)을 신청하러 온 사람들이었다. 유난히 추운 날씨에 담요와 패딩 점퍼 등으로 완전무장을 했지만 표정들만은 밝다.

이날 그라나다힐스 오피스 뿐 아니라 스탠턴, 롬폭, 샌호세 등 예약 없이 직접 방문(워크인) 신청이 가능한 가주 내 4곳의 프로세스 센터(DLPC)들은 모두 신청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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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가 찾은 그라나다힐스 오피스는 오전 8시 오픈과 동시에 내부는 이미 사람들도 꽉 찼다. 밖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신청자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센터 곳곳에는 설레고 긴장한 듯한 표정의 신청자들이 초조하게 순서를 기다렸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작업은 오전 10시 40분쯤 갑자기 몰린 신청자들로 인해 번호 시스템이 잠시 중단되는 바람에 일일이 육성으로 번호를 부르는 사태도 벌어졌다.

알맨도 보텔로 DMV 공보관은 "번호 시스템 문제는 다행히 30분 만에 정상화돼 비교적 문제없이 신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신청 대기자들 틈에는 한인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정동구(가명)씨는 "운전 면허증이 없어 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었다"며 "그렇다고 운전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매일 사고가 나지 않기만을 기도했다"고 그동안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정씨는 "아직 운전면허증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제야 마음의 안정을 찾은 기분"이라 말했다.

새벽 6시 반부터 기다렸다는 민모씨 부부는 "지난 2002년 취업비자를 받아 가족과 함께 미국에 왔는데 체류 비자와 영주권을 스폰해 주던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는 바람에 10년 전 불법체류자가 됐다"며 "그동안 영주권 취득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수만 달러의 돈과 시간만 허비했다"고 전했다.

이어 부부는 "미국에서 산 12년 동안 세금보고를 단 한 번도 빼먹은 적이 없음에도 불체자란 이류로 받지 못했던 혜택을 이제서야 받을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며 "그동안 운전을 하다 멀리서라도 경찰을 보면 피해다녔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는 없게 됐다"고 말했다.

부모와 함께 새벽부터 센터를 찾았다는 이모씨 역시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일 운전을 해야 하는 아버지 생각에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 살아왔다"며 "AB 60이 시행되기까지 기나긴 1년여 기간을 지나 마침내 이런 날이 오다니 이제 좀 안심하고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는 이어 "자격 미달로 운전면허증 신청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혜택이 더 확대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가주 차량국(DMV)에 따르면 2일 정오까지 DLPC 4곳을 통해 운전면허증을 신청한 불법체류자만 6189명에 이른다. 보텔로 DMV 공보관은 "아직 지역별로 예약이 가능한 DMV 오피스가 많이 있다"며 예약 방문을 권고했다. DMV에 따르면 현재 예약을 받는 DMV 오피스 174곳 중 16곳만이 90일 예약이 찬 상태다.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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