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에 질병이력 거짓말 사기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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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박소영 판사는 상해보험에 가입하기 전 보험사의 질문에 거짓으로 답한 혐의(사기미수)로 기소된 A(40)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박 판사는 “A씨가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내연골종 의심소견’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은 상법상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지만 사기미수의 죄를 인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2011년 9월 한 보험회사의 상해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보험사 측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3개월 이내에 질병 확정진단이나 질병 의심소견, 치료, 수술 등 의료행위를 받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A씨는 앞서 같은 해 8월 한 병원에서 검사 후 ‘좌측 대퇴골에 낭포성 덩어리가 있는 등 내연골종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없다”고 답했다. 또 “최근 1년 이내에 의사로부터 추가검사나 재검사를 받은 사실이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사실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보험가입 후 1년8개월이 지난 2013년 4월 A씨는 한 대학병원에서 뼈암의 일종인 연골육종 제거수술을 받았다. A씨는 보험회사에 수술비ㆍ진료비 4500만원을 청구했지만 회사 측은 “A씨가 보험가입 당시 질문에 사실대로 답하지 않았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이후 이런 행위가 사기 미수에 해당된다며 고소했다.

하지만 박 판사는 “사기미수의 죄를 묻기 위해서는 A씨가 보험계약 당시 스스로 질병 발생에 대해 알고 있었어야 한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기 미수가 성립되기 위해선 내연골종이 이후 연골육종으로 악성화될 것을 알고 있다고 봐야 하는데 A씨가 이를 예측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박 판사는 또 “고지의무를 위반해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고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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