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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World] 중·일, 동중국해 다툼 왜 문제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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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중국이 일본과 분쟁을 빚고 있는 동중국해의 톈와이톈 가스전에서 19일 첫 생산을 시작, 일본의 격렬한 반발을 사고 있다. 사진은 일본 해상자위대가 이날 촬영한 중국의 동중국해 가스 굴착 시설로, 불꽃이 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동중국해 AP=연합뉴스]

석유와 가스가 풍부하게 묻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동중국해에서 중국과 일본이 한판 붙을 기세예요. 19일 중국이 톈와이톈 해역에서 천연가스를 뽑기 시작하자 일본이 "가만있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어요. 일본은 자기네 자원을 중국이 가져간다며 아우성이에요. 중국은 "우리 바다이니 상관 말라"는 입장입니다. 그러자 일본 데이코쿠(帝國) 석유회사가 이 해역에서 석유 시추 시설공사를 하겠다고 나섰어요. 물론 뒤에는 일본 정부가 있지요. 결국 양국은 다음달 초 회담을 하기로 했대요. 일본 정부 관리들이 21일 밝힌 얘기예요. 그렇지만 자원을 양보할 수 없다는 양국의 입장은 바뀌기 어렵겠지요. 자, 그러면 동중국해에 얽힌 중.일 분쟁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알아보기로 합시다.

1. 중국과 일본은 무엇 때문에 다투고 있나요.

대륙붕에 매장된 석유.가스 자원 때문입니다. 분쟁 해역엔 춘샤오(春曉).찬쉐(殘雪).돤차오(斷橋).톈와이톈(天外天) 등 4개의 가스전이 있어요. 면적이 남한의 22%인 2만2000만㎢입니다. 이곳의 석유.가스가 72억t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중국에 매장된 석유(약 150억t)의 절반 정도지요.

2. 분쟁 지역이 중국이나 일본의 영토에 속해 있지는 않나요.

바다에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있어요. 영토에 해당하는 영해(領海)에 비해 EEZ는 느슨한 개념이랍니다. 어느 국가의 배도 EEZ 설정국의 허가 없이 EEZ를 통과할 수 있어요. 그러나 EEZ 내 자원 채취.어업과 같은 경제 활동은 EEZ 설정국만이 할 수 있어요. 현재 동중국해에선 중국과 일본이 주장하는 양국의 EEZ가 달라 분쟁이 발생한 것이지요.

3. EEZ와 관련한 양국의 입장이 어떻게 다른데요.

양국의 주장을 들어볼까요. 그림을 참조하세요.

중국:"우리 땅과 연결된 대륙붕이 오키나와 해구(점선으로 표시된 바다 속 계곡)까지 뻗어있다. 이곳을 EEZ 경계선으로 해야 한다. 가스전은 당연히 모두 우리 것이다."

일본:"말도 안된다. EEZ는 마땅히 양국 해안선으로부터의 중간선을 잡아야 한다. 이 경우 EEZ가 가스전을 양분하며 지나게 된다. 이 때문에 양국은 우선 EEZ 경계선 협상부터 해야 한다."

4. 국제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나요.

유엔이 영해 분쟁을 조정하는데, 양국 주장이 모두 맞다는 입장입니다. 국가에 따라 EEZ 기준을 대륙붕이나 육지 해안선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유엔은 양국에 2009년까지 EEZ의 근거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어요. 이를 근거로 경계선을 조정하겠다는 뜻입니다.

5. 중국은 가스전 개발에 무척 적극적인 것 같은데요.

지난해 4월부터 가스전에서 가장 가까운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에 가스처리공장을 세우고 있어요. 가스전에서 이곳까지 가스를 실어 나를 길이 470km의 송유관도 건설 중입니다. 현대중공업이 맡고 있지요. 다음달부터는 춘샤오 가스전에서만 하루 910만㎥의 천연가스를 생산합니다.

6. 일본은 가만히 있나요.

일본은 중국에 가스전 개발 중지를 요구하고 있어요. 7월에는 데이코쿠 석유회사에 춘샤오 해역 가스 시추권을 승인했어요. 아직은 대화로 풀겠다는 입장이에요. 그러나 중국이 계속 가스전 개발을 계속하면 일본도 물리적인 행동을 할 수 있어요.

7. 전쟁으로 갈 가능성도 있나요.

일본이 가스전 시추시설 공사에 나서면 중국이 방해에 나서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어요. 게다가 요즘은 양국 관계가 나빠요. 평화적인 해결책은 서로 타협하는 것인데, 중국이 일본 측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습니다. 유엔의 중재 노력이 절실합니다.

8. 동중국해의 중.일 분쟁은 우리나라와도 관계가 있나요.

그렇습니다. 한국석유공사가 군산에서 250km 떨어진 우리 EEZ 내에서 서해 2광구 석유탐사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중국은 "서해 2광구에서 원유를 생산하면 400km 정도 떨어진 중국 산둥반도 앞 펑라이(蓬萊) 유전의 원유가 한국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며 여섯 차례나 항의했어요. 중국이 본격적인 시비를 걸어올 것에 대비해 우리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9. 동중국해에선 춘샤오 가스전 말고도 중.일이 대립하는 곳이 있나요.

두 곳이 있습니다. 우선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분쟁입니다. 일본이 "1895년 무인도를 영토로 편입했다"며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대만은 "원래부터 중국 땅"이라고 주장합니다. 산호초 오키노토리(沖鳥)를 둘러싼 대립도 있습니다. 일본은 "오키노토리는 일본 땅"이라며 이를 근거로 40만㎢의 EEZ를 설정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국제법적으로 오키노토리는 섬이 아니라 바위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EEZ를 설정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답니다.

홍콩.도쿄=최형규.예영준.김현기 특파원

<중.일 동중국해 자원 분쟁 일지>

▶ 1968년 유엔, 동중국해에 석유가 매장됐다는 조사보고서 발표

▶ 69년 일본, 데이코쿠(帝國) 석유회사가 시굴권 설정 신청

▶ 71년 중국, 외교부 성명 통해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주장

▶ 2004년 6월 일본, 중국에 동중국해 유전 공동개발 요구. 중국 거부

▶ 2004년 8월 중국, 춘샤오 천연가스관 부설공사 시작. 현대중공업 시공

▶ 2005년 2월 일본, 중국의 춘샤오 유전개발이 일본 자원 훼손 우려 있다며 개발 중지 요구. 중국 거부

▶ 2005년 7월 일본, 데이코쿠석유에 천연가스 탐사 및 개발 승인

▶ 2005년 9월 톈와이톈 가스전에서 생산 시작

틴틴 키워드

◆ 영해=한 나라가 다스리는 땅을 영토(領土)라고 부르는 건 알고 계시죠. 마찬가지로 바다에도 주권이 미치는 부분이 있어요. 이를 영해(領海)라고 합니다. 다른 나라 영토를 여행할 때 입국 비자를 받아야 하는 것처럼, 영해도 그 나라 정부의 허가 없이는 들어갈 수 없지요. 유엔 해양법 조약은 해안선에서 최대 12해리(1해리=1852m)까지의 바다를 영해로 삼을 수 있다고 규정했어요.

◆ 배타적 경제수역(EEZ)=영해는 아니지만 경제 활동을 독점적으로 할 수 있는 바다를 말해요.'exclusive economic zone'의 머리글자를 따 EEZ라고 한답니다.

쉽게 말해 어떤 나라의 배가 남의 나라 EEZ를 통과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고기잡이나 바다 밑 자원 채취 등은 할 수 없다는 뜻이죠. 영해가 12해리인데 비해 EEZ는 해안선에서 200해리까지 인정됩니다. 그런데 일본과 중국은 거리가 가까워 서로 200해리까지 EEZ를 주장하면 겹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두 나라 정부가 협의해 적당한 경계선을 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경계선을 어디로 할지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달라 마찰을 빚고 있는 겁니다.

◆ 대륙붕=바다 밑 지형은 해안에서부터 완만한 경사로 뻗어 나가다 대체로 수심 200m 정도에서 급경사를 이루며 깊어집니다. 대륙붕은 해안에서부터 급경사가 나타나기 전까지의 부분을 일컫는 말입니다. 대륙붕이 중요한 것은 석유.가스를 비롯한 각종 자원이 묻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가 대륙붕을 육지의 연장으로 간주해 그 속에 묻힌 자원을 자기 나라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1958년에 체결된 대륙붕 조약도 원칙적으로는 이 같은 권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웃 나라들 간에 대륙붕의 경계선이 확정되지 않은 지역이 많습니다. 한국과 중국.일본 주변 지역도 마찬가지예요.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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