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먼 비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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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독마저!』
요즘 선진국들 사이에서 나오는 탄성이다.
영국병, 프랑스병 등 이른바 선진국병에 마지막까지 버티던 서독마저 이젠 면역성을 잃었다는 얘기다.
국민들은 일하기보다 놀기를 좋아하고, 경제성장은 벌써 2년째 뒷걸음치고 있다. 『유럽의 우등생』『기적의 번영』이란 말은 이제 서독을 두고 하는 찬사가 아니다. 최근 쾰른의 독일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공장노동자들은 주32시간밖에 일하지 않는다. 노사협약에 의한 주40시간 근무에 무려8시간, 그러니까 하루를 적게 일하는 셈이다.
관광수지를 보아도 알 수 있다. 81년의 경우 서독의 관광수입이 1백억 달러인데 비해 지출은 2백억 달러. 『기적의 번영』이 봇물 터지듯 국외 유흥비로 흘러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국민소득 1만 달러의 함정』이라고도 한다. 스웨덴, 스위스, 미국 등에서 이미 보아온 일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으면서 그 나라의 활력이 급속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독도 작년에 국민소득 1만1천 달러를 기록했었다.
한마디로 국민들은 포만감 (포만감)이 들어 허리띠를 풀고 일보다는 놀 궁리부터 한다. 근로 의욕을 잃으면 생산성은 절로 떨어진다. 성장율의 후퇴는 자명한 일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프리드먼」교수 (미 스탠퍼드대) 같은 학자는 또 다른 면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GNP (국민총생산) 속에 점하는 정부지출의 비율과 경제성장율은 마이너스 (부)의 상관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부지출의 몫이 크면 클수록 성장율은 떨어지게 마련이라는 주장이다.
이를테면 정부의 복지지출이 지나치면, 사람들은 자립심을 잃게된다. 세금과 보험료부담이 늘어 사람들은 일할 인센티브(유인)를 빼앗겨. 차라리 놀고 보자는 생각을 한다. 오늘의 서독은 그 전형적인 예다. 서독의「프리드먼 비율」 (총재정 부담률) 은 80년의 경우 46·9%에 이른다. 10년전보다 10%가 늘어났다.
근로자들의 조세부담률(32·2%)과 사회보장부담률(19·9%)을 합치면 52%도 넘는다. 흔히 45%를 고비로, 이 수준이 넘으면 선진국병 증세가 나타난다고 한다.
스웨덴의 73%보다는 덜하지만 서독의 52%나 프리드먼 비율(47%)로 보면 중증의 병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프리드먼 비율이 32·8%(81년), 조세 및 사회보장부담률이 20·3%(18·8%+1·5%)로 서독병의 증후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프리드먼 비율이 70년의 25·8%에 비하면 증가추세인 것은 틀림없다.
일하는 보람과 즐거움, 그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선진국보다 행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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