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도 하락세 … 사상 첫 3%대로 떨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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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경기 수원에 사는 김모(41)씨는 아파트를 담보로 8000만원 빚을 지고 있다. 6000만원은 1~2년 전 연 4.5%와 4.2% 금리로 나눠 빌렸다. 올초 은행에서 2000만원을 추가로 대출 받았더니 이자율이 3.4%로 뚝 떨어져 있었다. 김씨는 “시중금리를 생각하면 4%대 이자도 이젠 부담스럽다. 나머지 6000만원을 어떻게 3%대 대출로 갈아탈 수 있을까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금리 하락세가 끝이 없다. 대출 평균 금리도 사상 처음 연 3%대로 떨어졌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1월 은행의 평균 대출 금리는 한 달 전보다 0.12%포인트 하락한 3.88%를 기록했다. 역대 최저다. 그달 은행에서 새로 내준 대출(신규 취급액)을 기준으로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모두 평균해 낸 수치다.

시중금리는 한은이 올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리며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경제 불안으로 미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들이 통화 완화(돈 풀기) 정책을 펼치는 영향도 받았다. 이주영 한은 경제통계국 차장은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효과가 11월 들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대출 금리가 하락했다”면서 “은행의 연말 실적 경쟁,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담보대출 증가 같은 요인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올 6월부터 일찌감치 3%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올 5월 4.02%였다가 6월 3.94%, 9월 3.76%, 11월 3.55%로 달마다 역대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다. 기업대출 금리 역시 3%대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한 달 새 0.12%포인트 내려 지난달 4.02%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기업대출보다 낮게 집계되는 이유는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서다. 집이란 확실한 담보물이 있다보니 다른 대출상품보다 금리가 낮은 편이다. 가계대출 시장에선 3%대 금리가 이미 자리를 잡았다. 올 11월 3% 이상, 4% 미만 이자율의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3%에 달한다. 3%선 아래로 금리가 책정된 가계대출 비율도 6%였다.

 이런 흐름에 맞춰 금융당국은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연계해 내년 초 3%대 초반 고정금리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변동금리 대출 이자율이 고정금리보다 낮다는 비판을 감안했다. 변동금리와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의 이자율로 고정금리 대출 상품을 설계하고 있다.

 대출 이자가 내려갈수록 속이 타는 건 은행들이다.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로 벌어들이는 수익(예대 마진)이 줄기 때문이다. 지난달 예금 평균 이자율(신규 취급액 기준)은 2.1%로, 역시 사상 최저였다. 하지만 워낙 금리가 낮아 예대 마진을 확보하기 어렵다.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는 올 9월 1.86%포인트, 10월 1.82%포인트, 11월 1.78%포인트로 줄고 있다. 그러나 이주영 차장은 “현재 예대 금리차는 금리 수준이 높았던 2012년 12월 1.74%포인트보다는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 장민 연구위원은 “이자 이익이 줄고 있는데도 금융업계는 여전히 예대 마진 중심의 옛날 방식 영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수익성을 높일 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WB) 올 3분기(7~9월) 통계를 보면 국내 은행은 이익의 82.2%를 이자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

조현숙·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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