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개방」…특실론 팽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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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담>
유정호박사
김광두 박사<서강대 교수·전kiet 수석연구원>
80년대의 산업정책 방향과 수입 자유화를 둘러싸고 개방론의 재무부와 보호론의 상공부가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이 논쟁의 결과에 따라 80년대 경제정책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므로 기업을 비롯해 각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개방론의 산실 역을 하고 있는 KDI의 유정호 박사와 학계의 김광두 박사(서강대)의 대담을 통해 쟁점들을 정리해 본다.
▲유정호 박사=신문 제목들을 보면 KDI의 연구보고서가 마치 당장 수입 자유화를 전면 실시해서 국내 상품들을 수몰시키려 한다는 것 같은 인상이 드는데 그건 잘못 전달된 것입니다.
금지해 오던 수입을 풀어주되 당분간은 관세를 매겨 규제하자는 것이고 그 다음 단계로 관세율을 점차 낮춰 나가서 장기적으로 수입 자유화. 즉 개방경제 체제로 나가자는 것이지요.
▲김광두 박사=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개방체제로 끌고 나가야한다는 점에 대해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렇게 해 나가는 과정에서 따져 볼 문제가 많아요.
국내 기업들을 과보호 해온데 따른 문제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정부가 경제 전반을 주도해왔고 그런 토양 위에 기업들이 익숙해져 있는데 급속히 토질을 바꿔서는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 아닙니까. 조금씩 조금씩 겪어나가야지요.
한마디로 기본 방향은 옳되 수입개방에서 생겨나는 부장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비책도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유=물론 기업들이 받아들이는 충격은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과보호에 따른 모순을 방치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꼭 필요한 유치산업만을 제외하고는 점진적으로 외국 상품과 경쟁을 시키자는 것이고 그것도 일정기간을 예시해서 미리 준비토록 하자는 것이지요.
60년 초에 자유화의 진통을 겪은 일본의 경우를 봐도 기업들은 정부가 예시한 3년 이내에 원가의 30%이상울 절감시키지 않으면 망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훌륭하게 극복해내지 않았습니까
▲김=수입 자유화를 위해 직접적인 수입 규제대신 관세정책으로 해결해 나가고 그것도 점차 관세를 낮춰 나가는 것인데 그러려면 중요한 전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결국 비교우위에 따라 경제체제를 개방해 나가자는 이야기인대 과연 현재의 왜곡된 국내시장 기능을 가지고 소화해낼 수 있겠느냐는 점입니다. 관세정책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개방체제로 나가자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유=KDI의 생각도 관세를 내리는 것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예요.
김 박사 지적처럼 금융시장의 왜곡 등 잘못된 국내시장 기능을 정상화시키고 기술개발 등에 대한 투자도 함께 늘려나가야지요.
관세율을 내리자는 것도 바로 그것이 국내 시장 기능을 저해하는 가장 중요한 모순점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보호해야할 유치산업을 극소수로 줄이고 대부분의 기업들에 수입자유화를 통해서 과보호를 풀자는 것입니다.
▲김=대부분의 산업들이 유치산업으로서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어떤 것들인지 따져 봅시다. 소위 전력산업이라고 분류된 것들이 주종 아닙니까.
현실적으로 어떠한 것들을 따로 뽑아서 유치산업이라고 규정하겠어요.
또 일본의 경우 대표적인 유치산업으로 꼽혔던 자동차·전자제품들이 오늘날 미국을 압도할 것을 누가 장담할 수 있었겠어요.
▲유=대부분의 산업을 보호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산업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말이나 다름없어요. 예컨대 독재 회사를 보호해주면 그 회사야 좋겠지만 그 목재를 사다 쓰는 기업은 그만큼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겠어요. 결국 보호산업이 많으면 산업 전체로 봐서 아무도 보호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고 맙니다.
▲김=현실적으로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KDI보고서에 수입 자유화에 따른 보완대책을 지적했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 일반론으로는 충분치 못합니다. 이처럼 큰 정책전관을 시도하려면 사전에 각 산업별로 보다 철저한 사전 연구가 선행되어야 부작용을 최대한 막을 수 있어요.
예컨대 전자·기계 부문에 대한 수입이 자유화 됐을 경우에 대한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유=KDI로서도 보완대책이 충분히 강구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연구소 입장에서 기본 골격과 방향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작업은 정부에서 해야겠지요.
▲김=그러나 실시시기를 84년1월부터라고 못박은 것은 너무 성급한 것 아닙니까. 기업인들에게 경고의 의미라면 몰라도 정말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라면 너무 지나치다는 느낌입니다.
▲유=날짜는 별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여건이 성숙되기를 마냥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케줄을 잡아서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자는 뜻이지요.
▲김=구체적인 보완 대책없이 수입 자유화를 밀고 나가는 것은 기업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이 상당히 클 것으로 봅니다.
시장기능 자체의 왜곡부터 보완해 나가며 충분한 타임 스케줄을 예시해간다면 기업들도 어렵지 않게 적응해나갈 것입니다.
특히 작년의 여러 가지 충격도 있고 해서 될수록 과격한 조치는 삼갔으면 해요.
▲유=수입자유화 과정에서 생겨나는 기업들의 불확실성 문제는 정부가 명백하게 예시제를 실시해 나가면 해소될 것입니다.
또한 이로 인해 산업이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지요. 결국 이 두 가지 문제를 얼마나 잘 극복하는가가 개방 체제로의 이행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정리=이장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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