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연패의 늪에 빠진 한국프로복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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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황준석(22)의 좌절은 힘과 투지만으로 세계정상을 정복하기에는 벽이 너무 두껍다는 교훈을 주었다.
15회전이 끝난 뒤 김현치매니저는 『도저히 「커리」의 스피드와 테크닉을 따라잡을수 없었다. 준석이는 힘이 남아있는데도 어쩔수 없었다』며 안타까움을 국제전화로 본사에 알려왔다.
또 「보브·애럼」프러모터는 경기후 황준석측을 찾아와 『펀치력은 챔피언급이다.
「커리」가 파이터였다면 멋진 승부가 벌어졌을텐데 아까왔다. 앞으로 틀림없이 한차례더 세계타이틀매치를 주선하겠다』며 위로했다고 김매니저가 말했다.
「커리]가 7회에 당한 다운은 아마·프로 통틀어 13년의 경력중 최초의 다운인 것으로 알려져 황의 펀치력은 입증된 셈이다. 특히 「커리」는 황이 수없이 치고 들어와보라는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냉정히 자기의 평소 페이스대로 경기를 이끌어간것은 매니저 및 트래이너의작전이 황측보다 우위라하겠다. 「커리」는 오는 4월2일 이탈리아에서 벌어질 로저·스태포드(미국·동급3위)와의 1차방어전이 타이틀롱런의 고비가 될것 같다는 전망이다. 「스태포드」는 하드펀처「쿠에바스」를 다운시킨 펀치력과 테크닉을 겸비한 파이터다.
한편 코피를 많이 흘리고 왼쪽눈이 크게 부은 황준석은 경기후 종합검진을 받은 결과 아무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프로복싱은 지난81년 8월 김태식이 WBC플라이급챔피언「아벨라르」(멕시코)에게 2회KO패한이래 세계타이틀도전에서 10연패의 수렁에 빠져 완전 그로기상태다. 그동안 세계정상에 도전한 9명(최충일은 두차례)의 복서들은 한결같이 단조로운 테크닉으로 세계의 벽을 뚫으려했다.
훅일변도의 김태식·배석철·김득구·황준석, 스트레이트 위주의 최충일·이승훈, 그리고 스피드가 열세인 김성남·김환진등이 모두 복서로서 기본기가 결여돼 있는 것이다. 이중 WBC라이트플라이급챔피언「사파다」(파나마)에게 분패한 장정구만이 테크닉·스피드·펀치력등을 고루갖추었을 정도다.
그러나 장도 상대하기가 거북한 테크니션「사파타」를 만나 울어야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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