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먼지 많은 도시에서만 가능한 예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미국 텍사스에 사는 예술가 스콧 웨이드(Scott Wade)의 캔버스는 흙먼지로 뒤덮인 자동차 창문이다.

텍사스에는 흙먼지 이는 길이 많기 때문에 웨이드 가족의 차는 항상 흙먼지로 덮여 있었다. 어린 시절 웨이드는 아마추어 만화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아버지의 차창 흙먼지 위에 만화를 그렸다. 이것이 ‘흙먼지 자동차 예술(Dirt Car Art)’의 시작이었다.

웨이드는 이제 흙먼지로 덮인 본인의 차와 아내의 차창 위에 그림을 그린다. 흙먼지가 충분하지 않을 때는 이를 구해와 직접 차창에 뿌리기도 한다.

그림의 소재는 다양하다. 평범한 사람이나 동물을 그리기도 하고 때로는 아인슈타인과 같은 유명인사를 그리기도 한다. 명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도 그의 손에서 흙먼지 그림으로 다시 태어났다.

비교적 쉬운 그림은 40분이면 완성된다. 그러나 조금 더 그리기 어려운 그림은 4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작품이 사라지는 시간은 순전히 날씨에 달렸다. 작품이 완성되자마자 비에 씻겨 내려가거나 바람에 날려 사라지는 일도 흔하다.

‘흙먼지 자동차 예술’이 유명해지면서 웨이드는 자동차 회사 포드(Ford)의 광고에도 참여했다. ‘탈출(Escape)’을 주제로 한 광고를 위해 자동차 뒷창에 눈덮인 산과 호수, 야자수와 바다, 선인장 솟아 있는 사막을 그렸다.

가끔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한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그릴 때 웨이드는 “이전 작품이 비를 맞아 먼지가 눌어붙고 갈라져 있을 때 이를 완벽하게 긁어내지 않은 상태에서 그 위에 새 작품을 그렸다”며 “때문에 뻣뻣한 붓을 이용해 긁어내듯 작품을 그려야 했다”고 말한다.

웨이드는 페이스북에 완성된 작품들을 올린다. 그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당신 작품을 사랑해요” “정말 놀라워” “신기할 정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작품을 즐기고 있다. 웨이드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pages/Dirty-Car-Artist-Scott-Wade/157550390934178)을 방문하면 더 많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조은비 온라인 중앙일보 인턴기자
ceb9375@joongang.co.kr
[사진 스콧 웨이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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