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연정 미련 깨끗이 털고 이젠 경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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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무현 대통령이 연정(연립정부) 구상과 관련, 자제할 뜻을 밝혔다. 그는 "같은 얘기를 계속할 수 있겠느냐, 당분간 연정 얘기는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말 노 대통령에 의해 연정 논의가 시작된 이래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노 대통령이 수차례 편지를 내고, "권력의 반을 넘겨줄 수도 있다"거나 '임기 단축'발언까지 나오면서 국민은 불안해 했다. 그런 연정 문제를 지금이라도 자제하겠다니 다행스럽다.

그런데 뒷맛이 개운치 않다. '당분간'이라는 표현도 그렇고, 청와대 대변인이 "연정은 이후 적절한 계기와 시기에 다시 계속하는 문제로 열어놓아야 한다"고 덧붙인 것도 영 찜찜하다. 연정의 상대자가 분명하게 거부했고, 여권 내부에서도 반발하는 '약발 없는 제안'에 왜 그리 미련을 두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동안의 연정 논란은 국정 혼란과 소모적 논쟁만 불렀을 뿐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만의 하나라도 연정 카드를 다시 꺼내 나라를 소용돌이치게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연정 재론은 불순한 정치적 의도로 비칠 수 있다.

연정을 논할 정도의 성의와 열정으로 야당과의 대화정치를 적극 모색하는 게 옳다. 노 대통령은 이미 "성숙한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으로 만들어가는 것""노선 차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 정치문화를 만드는 것" 등의 발언을 하지 않았던가. 권력까지 내놓겠다고 한 마당에 야당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한나라당도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툭하면 대통령을 향해 비아냥거리고, "빨리 물러날수록 좋다"는 식으로 말해서는 결코 지지도를 높일 수 없다. 국가의 장래에 대해 진정으로 걱정하고 지역감정 해소에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연정 논의의 부활을 막는 지름길이다.

정치권은 이제 노 대통령의 연정 자제 발언을 사실상 연정 철회로 받아들이고 민생문제에 주력하길 바란다. 경제 회복과 양극화 완화, 부동산 정책 등 연정 논란에 밀린 국정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 문제에 머리를 맞대라는 게 국민의 요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