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오씨 전경련 회장단서 제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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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두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박용오 전 회장이 두산 측의 요청에 따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에서 제외됐다. 조건호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8일 회장단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회원사인 ㈜두산이 7일 공문을 보내와 '박용오 전 회장이 자사 대표이사 회장에서 물러났으므로 자신들의 대표를 유병택 부회장으로 바꿔달라'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조 부회장은 "전경련 규약상 기업의 대표만이 회장단에 가입할 수 있어 박 전 회장을 부회장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그러나 새 부회장 선임은 기존 회장단의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내년 2월 총회까지는 두산을 대표하는 부회장 자리는 공석이 된다고 밝혔다.

이로써 박용오-용성 두 형제 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두산 측은 최근 박 전 회장에게 제공했던 골프 법인회원권과 콘도 회원권, 법인 차량 등을 반환하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두산 측은 전경련 회장단 교체 및 기물 반환 요구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박 전 회장이 두산산업개발 및 ㈜두산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해임된 만큼 대표성을 잃었으며, 회사 기물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전 회장 측은 두산의 처사가 다분히 감정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박 전 회장의 측근은 "두산 측이 자동차를 가져가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두산타워 주차장에 들어가는 카드까지 뺏어갔다"며 "두산 측이 너무 치사하다"고 비난했다.

한편 전경련은 형제 간 감정싸움의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걱정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박 전 부회장의 회장단 제외는 규약에 따른 자동적인 절차"라며 "결코 어느 편을 드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경련은 박 전 회장이 맡고 있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회의 의장직에 대해서는 당분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조건호 부회장은 "그 자리는 강신호 회장이 직접 지명한 것이고, 박 전 회장이 용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좀 더 기다려보기로 회장단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현상.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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