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학·군인연금 개혁 없던 일로 … 당정 왜 이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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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기획재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에 이어 사학·군인연금 개혁 일정을 발표했다가 새누리당이 반발하자 하루 만에 번복했다. 기재부는 22일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내년 상반기 중에 마무리를 짓고 사학연금은 내년 6월, 군인연금은 내년 10월까지 정부가 개혁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공표했다. 이 발표에 새누리당이 크게 반발했다. 올해 말까지 끝내기로 했던 공무원연금 개혁도 처리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사학·군인연금 개혁을 입에 담음으로써 전선을 확대해 일을 어렵게 만든다는 질책이 곳곳에서 나왔다. 이에 기재부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 참고자료에 군인·사학연금의 개혁안 마련 일정 시안이 포함돼 있지만, 이는 정부의 결정된 입장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무원·군인·사학 등 3대 직역연금을 내년까지 개혁하겠다는 것은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했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들어 있던 내용이다. 실무 부서에서 개혁안 마련 일정을 잡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또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이 마련되면 다른 직역연금들도 이를 준용할 수 있게 되므로 연금 개혁안들은 자연스럽게 연계된다. 그런데도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은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충분히 상의했지만 사학연금이나 군인연금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당의 입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주력한다는 것으로, 군인과 사학연금은 전혀 검토된 바 없다”고 말했다.

 올 초부터 잡혀 있던 정책을 처음 보는 일인 양 큰소리치는 새누리당이나, 해야 할 일을 해놓고도 ‘잘못됐다’고 발뺌하는 정부를 보는 건 어리둥절하고 착잡하다. 물론 당정의 조율 과정이 잘못됐거나 발표 시기를 잘못 잡았다는 등의 실수는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하기로 했던 직역연금 개혁을 놓고 딴소리를 하는 당정이 과연 개혁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최소한 자신들이 추진해야 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이해는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 국민은 국회와 정부가 ‘말로만 개혁’을 외치는 건 아닌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