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 반발…원탁회의 이어 민변 비판 토론회 개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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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22일 재야 원로들로 구성된 원탁회의를 연 데 이어 23일엔 헌재 위헌정당심판에서 통진당 측 대리인을 맡았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나섰다.

민변과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민교협) 등은 이날 서울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헌재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따른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오병윤 전 통진당 원내대표와 이석기 전 의원의 친 누나인 이경진 씨, 나꼼수 김용민 씨 등 60여명이 참여해 3시간 동안 이어진 토론을 지켜봤다.

토론자로 참석한 민변 이재화 변호사는 "347페이지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한 줄로 평하자면 '엉성한 상상력에 기초한 삼류 공안 소설'이다"며 헌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회합에서 참석한 130명은 소위 헌재가 말하는 '주도세력'에 따라 움직이지 않았다"며 "주도세력이란 것도 왜 주도세력인 건지, 그들이 통진당에서 의사결정 과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재 결정문은 수능 논술 시험으로 치면 0점"이라며 "증거재판이 아닌 심증재판이자 마녀 사냥이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와 함께 통진당 측 대리인을 맡았던 전영식 변호사는 "결정문의 다수의견에는 정부 혹은 통진당 측 주장 내용과 관련해 주장의 어떤 부분을 배격했는지 또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이란 건 아무리 읽어봐도 이해할 수 없다"며 "반복 가능성, 폭력에 의한 집권 가능성, 북한 동조 가능성을 두고 지칭한 것 같은데 모두 가능성에 불과한 것을 구체적 위험성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토론에 참가한 교수들도 헌재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이번 결정은 헌법재판관의 편견과 억측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한 교수는 "헌재가 숨은 목적을 찾기 위해 제시한 '퍼즐 맞추기' 논리는 독일공산당 해산 때 논리를 잘못 적용시킨 것"이라고 봤다. '퍼즐 맞추기' 논리를 편 독일 헌법재판소는 독일공산당이 장기적 목표로 공개 표방하고 있던 맑스·레닌주의와 당시의 정당 활동을 연결시켜 정당의 위험성을 입증하기 위해 이 논리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통진당은 공개적으로 드러난 반 위헌적 강령 자체가 없는데도 억지로 끼워 맞추려 했다는 게 한 교수의 지적이다.

한 교수는 특히 헌재 결정문 비례원칙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예시로 언급된 나치당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한 교수는 "나치당이 소수당이었지만 다수당으로 집권한 사례를 들며 위험성을 언급했다"며 "이는 100년 전 바이마르 정권의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일어난 일을 지금과 비교한 것으로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고 말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오 전 원내대표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예정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수시로 대응해야할 상황이 일어나니까 그때그때 즉각적으로 대응해야할 것 같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오 전 원내대표는 "헌재도 문제지만 심판을 청구한 권력이 더욱 문제"라며 "1970년대 사고 가진 이들이 잡은 권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덧붙였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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