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락가락 해 주민갈등 더 키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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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 산자부 장관실에서 농성할 당시의 김종규 부안군수.

"공신력이 생명인 정부가 스스로 한 약속을 번번이 바꾸고, 정책을 거듭 뒤집는다면 누가 정부를 믿겠습니까."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 유치신청 부안 배제 철회'를 요구하며 5일간 단식농성을 한 뒤 8일 첫 출근한 김종규(55) 부안군수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2년 전인 2003년 7월 방폐장 유치신청 마감을 앞두고 산자부에 '주민을 설득해야 하니 시한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어요. 하지만 산자부 측에서 '날짜를 지키지 않으면 정부 공신력이 떨어진다'고 말해 고심 끝에 '유치 신청'이라는 결단을 내렸죠."

그러나 김 군수는 이후 정부가 유치신청 절차를 번복하는 등 무원칙한 행태를 되풀이하면서 주민 갈등이 증폭됐다고 꼬집었다.

방폐장 유치신청을 2003년에는 단체장이 하도록 했던 것을 2004년엔 주민투표를 거치도록 바꿨고, 다시 2005년에는 해당 지자체의 의회 동의를 얻어야만 되도록 또 바꿨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안은 후보지 선정→예비신청 인정→배제 등으로 희비가 엇갈렸다는 것이다.

김 군수는 또 "산자부 고위관계자가 주민들에게 현금 보상 약속을 했다가 다시 뒤집어 불신을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김 군수는 "방폐장 유치 문제로 홍역을 앓은 2년여 동안 정부의 일관성 없는 자세 때문에 가장 힘들었다"며 "사업 주체인 부안군을 제끼고 환경단체와만 의견을 나눠 일방적으로 후보지 선정을 취소했다"고 성토했다.

김 군수는 "유치신청 후 노 대통령이 '국가 난제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 정부가 책임지고 지원할테니 용기를 내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며 "당초 약속대로 지원사업들을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군수는 "주민들에게 폭행 당해 갈비뼈에 금이 가고, 코뼈가 부러지는 수모를 겪었던 날이 2년전 이 맘때"라며 "주민화합과 지역발전 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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