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두 수장 '통합 이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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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이 양대 노총 통합을 다시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 당시 양대 노총 통합 얘기를 꺼냈으나 노동계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었다.

통합 상대방인 민주노총은 지난해 6월에 이어 이번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6일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과 만나 "2007년에 복수노조 시대가 열리는 만큼 두 노조의 통합 문제가 내년 안에 마무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측은 "양 노총이 통합에 원칙적으로 공감했으며, 내년 중 통합을 위한 공동선언을 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또 내년 중 민주노총과 공동투쟁을 위한 상설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8일 "6일 이용득 위원장이 통합 얘기를 꺼냈지만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며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언론이 '민주노총과의 통합 추진 합의'라고 보도한 데 대해서도 "이 위원장의 개인적 바람이 반영된 이야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수호 위원장은 "덩치만 키우는 통합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양대 노총 통합은 민주노조의 기치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 노총이 상설 협의체를 구성키로 합의했다는 한국노총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올 하반기 비정규직과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에 대한 공동 투쟁을 위해 협의체를 구성키로 한 것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양 노총은 통합 문제가 불거지자 8일 오후 공동성명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성명은 "복수노조 시대를 앞두고 1국 1노총의 조직운동 방향에 관한 논의가 시작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공감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그러나 "통합 문제는 조직 내부의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필연적으로 거쳐야 한다"며 "6일 지도부의 회동과 통합 문제에 관한 논의는 각 조직 내부의 민주적 논의와 토론을 시작하는 뜻"이라고 선을 그었다. 통합은 중장기 과제로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일 뿐 현 상황에서 추진할 과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복수노조 허용 등 노동운동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양 노총이 통합 논의를 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탄생 배경이나 활동 방식 등이 서로 달라 통합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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