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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마다 독특한 「은백의 수」|설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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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2면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에 꽃처럼 피어나는 눈송이. 겨울등산의 묘미인 설화의 계절을 맞았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1월말∼2월말 한달동안 영롱한 눈꽃을 만끽할 수 있는데, 기온과 눈의 질 나무종류에 따라 산마다 차이가 있다.
설화는 적당한 습기를 가진 눈이 나뭇가지에 얼어붙으면서 온도 바람 등의 이유로 꽃봉오리와 같이 탐스런 모양을 이루는 것. 따라서 적설량이 너무 많아도 눈이 나뭇가지에 쌓여버리기 때문에 생길 수 없다. 또 잎이 없는 나뭇가지에 잘 어울리므로 상록수가 많은 산에서는 볼품이 없다.
제철을 맞은 설화를 제대로 음미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산은 치악산·소백산·한라산등. 그 등산코스를 알아본다.

<치악산>
아이젠 꼭 갖추도록
구룡사∼큰골∼능선길∼정상인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연장 6㎞의 코스로 가면 아름다운 눈송이 꽃을 한껏 즐길 수 있다. 해발 1천2백88m인 치악산은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산들과 달리 바위산뿐 아니라 흙산도 많아 나무종류가 다양하다.
특히 상수리·철쭉·자작나무 등 잡목이 많아 갖가지 나무에 피어있는 눈송이를 볼수 있다. 비로봉에서 상원사까지 20여㎞나 되는 능선 주변에는 숲이 우거져있어 천천히 걸으면서 눈꽃을 감상하기 안성마춤이다.
치악산은 1, 2월 동안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대부분이어서 어느 때나 눈이 녹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는 특히 2월초부터 본격적인 설화 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치악산은 비교적 가파른 산. 겨울등산에 필요한 아이젠을 반드시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소백산>
철쭉 밭에 눈꽃 만발
희방사∼연화봉∼능선길∼정상인 비로봉까지의 6.5㎞ 등산길 주변엔 철쭉과 개나리나무에 붙은 눈꽃이 만발한다. 특히 연화봉에서 능선길까지의 비교적 평평한 길 주변은 일품.
소백산은 주로 철쭉과 주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삼록수인 주목이 많은 코스보다 이 코스가 설화구경하기에 적격이다.
해발 1천4백21m로 비교적 높지만 가파르지 않고 순탄해 힘 안들이고 올라 갈수 있으며, 능선엔 수십만평의 초원지대가 있어 설화가 일대장관을 이룬다.
소백산은 지형상 눈이 많지만 낮은 곳에서는 눈이 잘 녹아 정상부근에서만 실화를 볼수 있다. 또 정상에서는 눈이 오래가므로 3월초까지도 녹지 않는다.
소백산도 올 들어 눈이 적어 설화가 제대로 만발하지 않고 있다. 중앙기상대가 이곳도 1월말께 눈이 올것이라 예보하므로 눈이 온 직후에 가면 좋다.

<한라산>
정교한 모습에 감탄
5개의 등산코스가 있으나 한라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있는 영실∼윗새오름∼백록담의 코스가 일품. 연장 6㎞의 이 코스는 고사목에 핀 눈꽃으로 한라산에서만 볼수 있는 신비로운 실화모습을 만끽할수 있다.
구상나무 밀집지역에 많은 말라죽은 나무가지에 여러가지 정교한 모습으로 마치 흰 꽃처럼 피어있는 눈꽃이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한라산의 눈은 해발 1천2백㎞이상에서만 녹지 않으므로 20여개의 봉우리 중에서도 백록담 윗새오름(1,727m) 사라오름(1,215m) 성널오름(1,215m)등 4,5곳의 정상부근에서 설화를 볼수 있다. 또 지형상 눈이 비교적 습해 발에 맞는 빈틈없는 등산화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한라산은 또 12월초부터 눈이 오므로 이때부터 설화철이며 현재도 눈이 녹지 않아 눈꽃이 만발해 있다.

<기타>
전남 무등산(해발1,187m)과 월출산(808m)은 바위에 붙어있는 설화가 일품이다. 비교적 남부지방이므로 해뜬 후 2, 3시간 동안에 볼 수 있는데 새벽에 차가운 바닷바람으로 얼어 바위결에 따라 여러가지 모양의 무늬를 보이며 반짝거린다.
무등산은 증심사∼중머리재∼귀봉암∼무등산 관광호텔까지의 8㎞코스로 오르면 바위와 잡목이 서로 뒤엉켜 있어 여기에 피어 있는 눈꽃이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제정갑기자>(도움말 조두현한국산악회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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