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량살상무기 못찾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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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의 이라크 내 대량살상무기 수색작업이 실패로 끝나게 될 것 같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1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미국의 이라크 내 대량살상무기 수색팀이 사담 후세인이 불법무기를 은닉한 증거를 찾지 못한 채 활동을 마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동안 수색 책임을 맡은 제75 특수수색팀이 곧 이라크를 떠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수수색팀의 철수는 이라크전의 이유로 내걸었던 주된 목적이 실패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수수색팀의 책임자급 간부는 "처음엔 큰 희망을 갖고 이라크에 도착했으나 그동안 수십건의 수색작업이 실패로 끝나면서 자신감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

미군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은닉했을 것으로 유력시되는 19곳과 은닉장소는 아니지만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68곳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이라크를 공격하는 명분을 삼았다.

그러나 19곳의 유력 장소 가운데 지금까지 수색이 마무리되지 않은 곳은 2곳에 불과하고, 68곳 가운데 45곳에 대한 조사가 끝났음에도 아무런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밝혔다.

스티븐 캠본 미 국방부 정보차관보는 지난 7일 국방부에서 "미군은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기 전 미 정보당국이 작성한 6백여곳의 의혹시설 가운데 단 70곳에 대한 수색을 마쳤을 뿐"이라며 대량살상무기가 여전히 발견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신문은 이라크 현지 수색 참가자들의 말을 인용, "수색팀은 무기 은폐 가능성이 큰 장소들을 엄선해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결과는 한결같이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음달 수색임무를 끝낼 특수수색팀 팀장 리처드 맥피 미 육군대령은 "실질적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이라크 화생방무기 생산 프로그램이 미국의 공격으로 중단된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맥피 대령의 이 같은 발언은 이라크 내에서 대량살상무기의 발견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대량살상무기자체보다는 이의 생산능력이 있음을 확인하는 쪽으로 미군이 방침을 바꿨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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