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기] 盧정권의 두'파워 그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서울파와 부산파. 노무현 정권의 실세들을 말한다. 권력을 대리하는 또 다른 권력들이다.

서울파는 자기 손으로 권력을 만들어낸 자들이다. 노무현과 지근거리에서 동고동락했다.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안희정 민주당 전략연구소 부소장으로 대표된다. 대통령 노무현의 동업자적 위치다.

*** 현실 중시하는 서울파

노무현의 손이요 발이다. 때문에 노무현의 외면을 구성한다. 부산파는 노무현의 꿈과 희망을 창출해 준 사람들이다. 늘 함께 하진 않았지만 고향 같은 존재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호철 민정비서관으로 상징된다. 대통령 노무현의 동지다.심장이요 머리다. 노무현의 내면을 구성한다.

둘은 현실과 이상이다. 현실이기에 흙도 만지고 진흙도 밟은 서울파다. 안희정의 나라종금 사건도 그런 맥락이리라. 현실과 타협하며 목표를 추구했던 그들이다. 부산파는 다르다. 이상에 현실을 맞춰간다. 때문에 과정을 중시한다. 보따리를 쌀망정 현실과 타협이 어려운 그들이다.

권력자 입장에선 서울파가 더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실제로 서로 못할 얘기가 없다고 한다. 이광재는 예나 지금이나 노무현의 말동무다.

그러나 부산파는 다르다. 대하기가 어렵다. 대통령 노무현보다는 인권변호사 노무현을 더 기억하는 그들이다. 그 기대에 어긋날 수 없어서다.

얼핏 보면 현 정권의 실세는 서울파다. 그러나 속을 보면 꼭 그렇지 않다. 부산파가 운동권 선배라서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둘은 경쟁관계일 수 없다. 정신과 몸이 따로 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 없이는 다른 한쪽도 기능하기 어렵다. 둘이 지닌 힘의 성격도 다르다. 서울파의 힘은 추진력이다. 안될 일도 가능케 하는 능력이 있다.

부산파는 제동력이다. 될 일도 안되게 하는 힘이 있다. 원칙과 명분이 잣대다. 둘은 그렇게 서로를 보완한다. 현 정권 인사(人事) 에서도 추진과 제동의 역학관계는 그대로 드러났다.

한때 둘 사이에 갈등설이 있었다. 대통령 측근 비리설 조사 때문이다. 세상은 부산파가 서울파를 겨냥한 거라 봤다. 그렇게 볼 만도 했다. 그러나 실은 그게 아니었다. 손발의 흙을 털어내자는 취지가 강했다. 원점에서 새출발하자는 논리였다.

나라종금 재수사도 그 때문에 이뤄졌다. 두고두고 짐을 지고 갈 수 없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른 소문들에 대한 검증도 있었다. 서너개의 소문이 집중 조사됐다.

현재는 대강 정리된 단계라 한다. 그 과정에서 서울파의 반발은 없었다. 취지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둘의 관계도 재정립됐다는 후문이다.

*** 원칙 앞세우는 부산파

문제는 이제부터다. 실세는 다른 실세를 정리하는 관성이 있다. 그 수를 줄여나간다. 실세의 법칙이다. 실제로 실세는 다른 실세의 존재를 용납지 않았다. YS 때도 DJ 때도 그랬다. 마지막엔 한사람의 실세만 남았다.

실세는 해가 아니라 달이다. 빛을 반사할 뿐 스스로 발하지 못한다. 그런데 스스로 빛을 발한다 착각할 때 불행은 찾아온다.

권력은 한곳에서만 나온다. 그것을 인식할 때 실세의 공존은 가능하다. 그래야 견제와 균형도 생겨난다.

노무현 정권에서 제대로 된 건강한 실세를 구경하고 싶다.

이연홍 정치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