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삼국유사로 서양에 한국 역사 알릴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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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독일 바이에른주 레겐스부르크대 한국어문화과 김영자(66.독일명 베커스 김) 교수는 6일 "삼국유사 독일어판 출간을 앞두고 번역하던 때를 생각해보니까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삼국유사(국보 306호)가 이번 주말 독일 함부르크에서 독일어로 출간된다. 삼국유사가 서양 언어로 번역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서문화 비교를 전문으로 하는 독일 EB출판사가 10일께 출간할 예정이다. 464쪽 분량에 정가는 24.80유로(약 3만2000원)다.

독일어판은 본문 뒤에 왕.각간 등의 용어 설명과 18세기 프랑스에서 제작된 중국과 한반도의 옛 지도, 원저자 일연 스님의 영정과 집필 장소인 경북 군위 인각사 사진 등도 실었다.

일러두기 편에선 역자가 중국이나 일본과는 구별되는 한국의 고유 문화에 기초한 번역 용어들이 소개된다. 절은 서양의 신전과 다르다며 '사원(Tempel)' 대신 '불교수도원(Buddhistische Kloster)'으로, 신라.고려 등의 뒤에 붙는 '왕조(Dynastie)'는 비하됐다는 설명과 함께 '왕국(K?nigreich)'으로 소개하는 식이다.

김 교수는 "독일 사람들은 한국 역사와 문화를 일본이나 중국의 일부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공동 역자인 독일인 라이너 짐머만 박사(철학)와 토론을 벌여가며 번역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번역에만 2년 여의 세월이 걸렸다.

삼국유사 독일어판은 다음달 19일 한국이 주빈국(主賓國)으로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한국의 도서 역사를 상징하는 책으로 세계 독자들과 첫 만남의 기회를 갖는다.

김 교수는 "이 책은 외국인들이 큰 어려움 없이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입문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66년 독일로 건너가 박사학위(인문철학)를 받은 김 교수는 20여 년 동안 독일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쳐 왔다.

대구=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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