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특집] 비판·창의적 사고가 기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 손동현 성균관대 교수(철학)·학부대학장

▶ 논술의 시작은 '글 읽기'다. 전문가들은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것보다 적은 양이라도 꼼꼼히 분석하고 비판하면서 읽는 '분석적 글 읽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중앙포토]

'논술'이란 사물에 대한 근본통찰을 바탕으로, 사실지식을 재료 및 논거로 삼아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견해 및 주장을 논증적으로 제시하는 글쓰기다. 비판적.창의적 사고능력, 사고 내용의 논리적 조직능력 및 언어적 표현능력이 기초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논술능력'이야말로 대학 수학능력 중 근간이 되는 것이다. 다른 방책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대학에서 이를 통해 우수학생을 선발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험생의 입장에서 보면 다소 난감한 일일 수도 있다.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도 않은 것을 가지고 대학에선 그들을 '시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억울해 할 것까지는 없다. 사정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고 여기서도 능력 발휘를 하면 되는 일이니까 말이다.

코앞에 닥친 논술고사에 대비해 어떤 요령을 익힌다는 것은 실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어떤 교과학습에서든 '논술능력'을 요구하는 만큼 이의 함양을 위한 훈련은 언제라도 필요한 것이다. 수험생들을 위로하고 격려한다는 뜻에서 논술능력 함양을 위한 몇 가지 조언을 한다.

논술능력의 함양은 먼저 '글읽기'로부터 시작하는 게 순리다. 아무리 독창적인 사고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아는 게 없으면 생각할 것도 없는 법이다. 글을 읽어 알게 된 것은 내 사고를 쌓아가는 견고한 '벽돌'이 된다. 글을 읽되, 그 글의 중심문제가 무엇이며 글쓴이의 논지는 무엇인지, 그런 논지를 제시하기 위해 어떤 정보를 재료로 삼아 어떻게 논변을 전개하고 있는지, 어떤 관점에서 어떤 전제 위에서 글을 쓰고 있는지, 그리고 도대체 어떤 목적으로 그 글을 쓰고 있는지, 이런 요인들을 분석적으로 파악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분석적 글읽기).

그러면 자연스레 내 머릿속에 그 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른다. 글쓰는 목적이 분명한지, 중심문제라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이고 그 논지가 타당한 것인지, 동원한 정보가 틀림없는 것이고 그 논변과정이 올바른지, 글쓴이의 관점이나 전제가 타당한 것인지 등등에 대해 나름대로 할 말이 생길 것이다(논평).

이것이 바로 나의 독창적 사고의 실마리가 되는 것이다. 이 할 말을 정리해 보면 이것이 곧 논술문의 초벌이라 할 수 있는 논평문이 될 것이다. 논평만 할 것이 아니라 이를 발판으로 더 나아가 적극적인 내 주장을 하게 되면 그게 바로 논술문이다. 이때 물론 글읽기를 할 때 분석의 요소를 삼았던 것을 의식하면서 글을 써야 할 것이다(논술). 언어적인 표현은 그 다음 문제다.

어떤 교과라도 좋고 어떤 글이라도 좋다. 훌륭한 논술문은 내게 본이 되어 좋고 엉성한 글은 내게 비판적 훈련의 기회를 주는 '스파링 파트너'가 되어 좋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연습을 해보다 보면 열 번 정도 하기 전에 논술문 쓰는 일이 별로 어려운 게 아님을 느끼게 될 것이다. 수려한 명문을 쓰려는 욕심은 우선은 그저 마음속에 품고 있기로 하고.

손동현 성균관대 교수(철학)·학부대학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