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 현지에 있는 외국계 기업들은 미-쿠바 수교 안 반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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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혁 KOTRA 아바나 무역관장

“(미국과 쿠바의 외교 정상화를) 진작부터 기다렸죠. 미국에 억류됐던 쿠바 스파이 3명도 귀환해 여기는 환영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 금수가 얼마나 해제되는지가 관건이겠죠.”

서정혁(사진) KOTRA 아바나 무역관장은 신중한 낙관론을 폈다. 그는 “미국이 국교 정상화를 발표했지만, 경제 금수를 전면적으로 없애겠다고 한 것은 아직 아니다”며 “미국 눈치를 보는 서방 국가들이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경제 금수(엠바고)’ 해제가 쿠바 경제의 열쇠”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당장은 획기적인 발전은 없더라도 쿠바 경제는 발전할 것이고, 무엇보다 한국에 대한 인기가 좋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한·쿠바 수교에 대해서는 “외교부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이하는 서 관장과의 일문일답.

-53년만의 미국과 쿠바의 외교관계가 복원된다. 현지 분위기는.

“다들 환영하고 있다. 게다가 쿠바 최고 지도자인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발표한 내용이라 반대할 사람도 없다. 발표 직후 학생들과 시민들이 거리로 뛰어나와 환영 행진도 했지만, 대규모 집회나 모임은 눈에 띄지 않았다. 공산주의 체제상 특징인 것 같다.”

-쿠바의 경제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쿠바의 경제 구조는 서방 자본주의 시스템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노동자나 장관 할 것 없이 다들 월급이 미화 30달러 수준인 대신, 국가에서 의료ㆍ교육ㆍ주택ㆍ식량 배급 등을 책임진다. 물론 예산상의 제약으로 서방 국가들처럼 잘 살지는 못하지만, 굶어 죽는 사람도 없다.”

-미·쿠바 수교가 쿠바 경제에 주는 영향은.

“현지 경제인들 사이에서는 미·쿠바 외교 정상화가 경제 금수 해제로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그게 관건이다. 쿠바에서 사업이 힘든 이유는 미국의 엠바고 때문인 경우가 많다. 아직 미국 정부는 엠바고를 전면적으로 없애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 물론 곧 엠바고 해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다들 예상하기는 한다. 미국 역시 그간의 금수 조치가 실패했다고 인정하는 만큼 달라지리라 본다.”

-현지 경제인들은 미국 외교 정상화에 대해 기대감이 큰가.

“이미 쿠바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은 쿠바의 개혁 개방, 미국과 관계 개선을 반기지 않는다. 이유는 자신들이 어렵게 쿠바에 진출했는데 개방이 되면 선점 프리미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변국가에 머물러 있는 기업이나 한국에서 개방을 기다리는 기업들이 좋아한다.”

-현지에서 한국의 인지도는.

“한국인의 진출은 거의 없다. 쿠바는 한국과 미수교국이고, 북한과 맹방이다. 사회주의 시스템을 택하고, 미국 제재도 있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는 KOTRA 아바나무역관이 거의 유일하게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2년 전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한국 드라마가 한 몫 했다. 쿠바 국영방송에 ‘내조의 여왕’ ‘아가씨를 부탁해’ ‘시크릿 가든’ 등이 방영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요즘에는 길거리에 한국 드라마 해적판 CD가 대량 유통될 정도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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