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가전·PC·차 등 팔아봤지만 애니콜 영업 때가 꽃이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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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영업의 달인.' 지난달 르노삼성차에서 퇴진한 오정환(59.사진) 부사장의 별명이다. 삼성그룹에서 34년 동안 근무했던 그는 32년을 삼성전자.항공.테크윈과 르노삼성차에서 영업 업무만 했다.

오 부사장의 영업 경력은 화려하다. 카메라.가전제품.컴퓨터.휴대전화.자동차까지 안 팔아 본 물건이 없을 정도다. 삼성전자 C&C사업부장(상무) 시절 그는 국내 시장에서 '애니콜'로 모토로라를 꺾었다. 당시에는 모토로라가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했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93년 6월 프랑크푸르트 선언과 함께 '3년 안에 모토로라를 이겨 보라'는 임무를 맡겼지요. 2년 4개월 만에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애니콜 작명 과정의 비사도 소개했다. "고민 끝에 애니콜이 떠올라 등록하려고 했는데 '콜걸 이미지가 연상된다'며 제일기획이 반대했어요. 할 수 없이 차선책이던 '애니텔'로 지으려고 했는데 비슷한 이름이 이미 등록돼 있어 애니콜 브랜드가 살아났습니다."

이런 애니콜에 대한 애착 때문에 그는 이메일 주소를 'Anycall(애니콜)'로 쓰고 있다. 그는 삼성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국내 베스트셀러로 올려놓고 95년 말 삼성차로 옮겼다.

영업을 한마디로 정의해달라는 물음에 오 부사장은 비행기가 이륙할 때의 '테이크 오프 이론'을 꺼냈다.

"비행기가 정상 고도에 다다르기 위해 이륙할 때부터 줄곧 속도를 높이지 않습니까. 영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정 궤도에 이를 때까지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영업망을 계속 늘려야 합니다."

삼성차로 옮겨서도 그는 이런 전략을 폈다. 경쟁사 차와의 비교 시승, 정가 판매제, 'SM5는 허리가 편한 차'라는 입소문 마케팅을 전개했다. 그는 르노삼성차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이 150여 개에 불과한 대리점 수라고 했다.

그는 요즘 개인 사무실에서 그동안 모은 영업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현장을 뛰고 있는 후배들에게 제대로 된 영업 노하우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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