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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웰빙가에선…대상포진과 면역력 높이기

중앙일보

입력

“제가 면역력이 얼마나 떨어졌기에 젊은 나이에 이 병이 걸렸나요?”

얼마 전 왼쪽 가슴이 아프다고 필자에게 호소했던 젊고 훤칠한 청년이 며칠 지난 후 대상포진 진단을 받고는 내뱉은 말이다.

초기에 감기몸살 기운과 함께 모호한 통증만 있다가 5일 후에 아팠던 부위 주변으로 발진이 돋았다고 한다. 그 청년 말대로 20대의 젊고 건장한 사람이 어쩌다 대상포진까지 걸렸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의 병력과 현재 상태를 들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증상이 생길 당시 몇 군데 회사에 지원해 입사 시험을 여러 차례 치렀다고 했다.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불편해져 잠도 잘 못 자고 밥도 잘 못 먹었단다.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던 모양이다.

면역력이란 자신의 몸을 스스로 방어하는 능력이다. 인간이 세상에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기능이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은 건강상태를 위협할 수 있는 외부 물질인 세균·바이러스·독소 등에 대해 잘 방어하게끔 설계돼 있다. 하지만 가끔 이런 면역 시스템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깨지면 질병에 걸리게 된다. 대상포진 역시 어릴 때 수두에 걸렸던 결과로 몸 안에 수두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다가 몸 주인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객(客)인 바이러스가 힘을 떨치며 병을 일으키는 것이다.

면역력과 관련된 요인이 무엇인지를 밝히거나 면역력을 측정할만한 지표를 찾아내려는 연구는 그동안 수없이 시도됐다. 하지만 인간의 면역체계는 매우 복잡해서 한 번의 검사로 손쉽게 면역력을 잴 수 있는 방법은 애석하게도 아직까진 없다. 기존의 여러 연구들에서 면역력과의 관련성이 자주 거론된 것은 개인의 영양상태다.

과거 역사를 통해서도 둘의 연관성은 어느 정도 입증되고 있다. 극심한 가난과 기아로 인해 영양결핍 상태가 지속됐을 때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각종 감염병이 창궐했던 기록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현대가 ‘영양 과잉’의 시대라지만 다수의 노인들이 건강상의 이유나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지 못하는 영양문제에 직면해 있다. 면역력을 높이는 영양소론 비타민·엽산 등 각종 비타민이나 아연·셀레늄 등 미세영양소가 주로 거론되긴 하지만, 아직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속 시원히 밝히진 못했다. 설령 면역력과의 직접적 상관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이런 영양소들이 풍부한 채소나 과일은 심혈관질환이나 암 발생 위험 감소 등 분명한 건강상의 이득을 준다. 따라서 채소와 과일은 가급적 자주 섭취하는 것이 전반적인 건강상태 개선에 이롭다. 요즘은 이런 미세영양소들을 건강기능식품 형태로 섭취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만성적인 영양결핍 위험이 높은 노인이나 수술을 받은 암 환자, 영양소 흡수를 방해하는 질환을 가진 환자 등 미세영양소의 결핍이 예상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연에서 나는 식재료를 통해 각종 미세영양소를 섭취할 것을 권하고 싶다.

스트레스·운동·수면·각종 만성질환 역시 면역력과 관련성이 있다고 알려진 요인들이다.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나 노인들을 각종 예방접종(백신)의 1차적인 접종대상자로 분류하는 것은 그래서다.

우리 몸엔 좋은 세균과 나쁜 세균이 공존한다. 앞에서 언급한 젊은 대상포진 환자의 사례처럼,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몸에 늘 머물러 있지만 아무 이상을 일으키지 않던 것들(세균·바이러스 등)마저 몸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마음 편히 먹고 잘 챙겨먹으며 푹 잘 자는 것 이상으로 좋은 ‘보약’은 따로 없다.

박경희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beloved9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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