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감청 협조 대가 안기부서 매달 수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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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KT(옛 한국통신) 직원들이 감청 업무와 관련, 국정원(옛 안기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돈을 받아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KT의 현직 직원 A씨는 1일 "감청 협조 업무를 책임지는 시험실장이 안기부로부터 월급에 포함되지 않는 별도 수당으로 매달 5만원씩 받았다"며 "보안유지비 명목으로 지급된 이 돈은 시험실을 관리하기 위해 별도의 장소에서 안기부 직원이 건넨 돈이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A씨는 1980년부터 95년까지 안기부에 감청 업무를 협조하는 고객설비운영실(옛 시험실)에서 근무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안기부 직원들은 '동대문 김 사장''남대문 이 사장'등 별칭을 쓰며 시험실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안기부 협조 업무는 시험실장이 전담했다는 것이다.

A씨는 "실장이 자리를 비울 때는 안기부로부터 '동대문 김 사장인데 감청 협조해 달라'는 등의 직통 전화가 걸려와 일반 직원들이 감청망을 구성해 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감청 영장 발부 등 별도의 절차가 없이도 시험실장이 '김 사장(안기부 직원)에게 연락 오면 잘 연결해 주라'고 말하는 등 감청 협조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전화국의 협조 아래 불법 감청이 공공연히 이루어졌음을 시사했다. 그는 "당시 안기부라는 막강한 힘을 가진 기관의 요청이라 절차를 따질 겨를도 없이 일을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 직원에 따르면 일정한 절차 없이 이루어진 감청인 경우 시험실장이 별도로 장부를 만들어 관리했으며, 90년대 말까지 이런 관행이 이어졌다고 한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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