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순찰하는 무인 첩보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손바닥만한 비행체가 골목 구석구석을 날아다니다 장애물을 만나 급히 방향을 바꾼다. 좁은 통로를 지날 때 날개를 반쯤 접는 모습이 흡사 갈매기가 바다 암초 사이를 날아가는 모습 같다.

이처럼 자유자재로 비행할 수 있는 무인 첩보기가 미국에서 2~3년 안에 실용화될 전망이다. BBC뉴스 인터넷판은 최근 보도에서 플로리다 주립대 연구진이 미 항공우주국(NASA)과 공군의 지원을 받아 이런 무인 첩보기의 개발을 거의 마쳤으며 도시의 위험한 골목길과 좁은 틈새에서 화학물질을 탐지하는 임무를 맡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마이크로항공기(MAV)로 불리는 이 첩보기는 자동항법으로 비행하면서 수상한 움직임이 있는 지역을 샅샅이 정찰할 수 있다. 크기는 최소 15㎝에서 최대 61㎝, 각종 기기를 뺀 순수 기체의 무게는 50g에 불과하다.

이를 개발 중인 플로리다대학의 릭 린드 박사는 "MAV에 소형 모터, 배터리,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카메라, 통신기기가 기본적으로 장착될 예정이며 임무에 따라 특수카메라와 화학물질 센서, 아파트 창문 밖에서 안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감청센서 등도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장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 효율이 높으면서도 최소한의 무게를 지니는 것이다. 연구진은 나노 기술의 활용으로 이같은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도시 상공에 큰 '모선'을 띄우고 이의 명령을 받는 작은 무인 첩보기를 곳곳에 날리면 도시 전체에 대한 정보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린드 박사는 앞으로 20년 후에는 크기도 곤충 정도로 줄어들고 색깔과 모양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어 지금보다 훨씬 진짜 생물체처럼 보이는 무인 첩보기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필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