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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과 성장의 조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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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의 경제는 안정과 성장의 조화라는 목표에 접근하고있다.
물가는 매우 안정된 가운데, 경제성장을 이루어 가고 있다.
이러한 경제 기조를 그대로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경제운용의 바탕이 되어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정부의 내년도 경제운용 계획은 바로 안정 위의 성장을 지향하고 있고 최근에 나온 한국개발 연구원(KDI)의 전망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의 예측은 내년도 실질 성장률이 7·5%, 물가 상승률은 도매 5%선, 소비자 6% 선으로 하고 있는데 비해 KDI는 더욱 낙관적인 목표치를 설정하고 있다.
성장률 7·7%, 물가는 각각3·2%, 4·6%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수적이어야 할 KDI의 낙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물가안정의지가 더욱 강력하게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수긍이 간다.
내년의 경제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에는 물론 가변적인 요인이 많기 때문에 한마디로 단언하기 어렵다.
대외적으로는 수출 환경이 가장 문제가 되겠고 대내적으로는 금리, 환율, 통화공급, 재정 적자 등 여러 가지 정책 수단의 운용이 경제의 흐름을 이끌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내년의 경제가 올해보다 호전되리라고 진단할 수 있는 징후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다행스럽다.
우선 세계무역은 81, 82년의 답보 상태에서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관계자료는 설명하고 있다.
정부의 운용 계획에는 세계 교역량이 82년의 0%에서 83년에는 낙관 5%, 비관 2% 증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무역 진흥회는 81년 마이너스 l·5%, 82년 마이너스 3·7%에서 년에는4·5% 증가로 전망했다 (이상은 명목 신장률).
금액으로는 1조9천7백58억 달러로, 작년의 l조9천9백33억 달러에 미치지 못하지만, 80년에는 제2차 오일 쇼크로 인한 석유 수출액의 급격한 증가가 가세했다. 그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원상회복 단계에 들어선다고 할 수 있다.
세계무역의 증가는 미국 경기가 고금리 시정, 감세 효과 등에 힘입어 완만한 상승세로 향하고 그 결과 서구, 일본 등도 경기가 상승하며 원유 과잉 공급현상은 계속되고 경기 침체로 쌓였던 재고량이 줄어든다는 데 근거를 두고있다.
세계교역 환경이 개선된다는 것은 우리의 성장을 이끄는 수출이 목표 (2백35억∼2백45억 달러)대로 달성될 가능성을 안겨준다.
다음으로는 대내적인 정책 수단을 어떻게 활용하여 물가 안정을 다져 나가고 거기에서 수출 경쟁력을 배양하며 국내 경기도 자극하느냐가 당면 과제로 등장한다.
전두환 대통령은 『내년에는 물가안정 시책에 한층 주력함으로써 추가적인 금리인하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KDI는 투기봉쇄, 국영 기업의 경영 합리화로 공공 요금 인상을 가급적 억제하여 저축 분위기를 살리고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씻도록 제의하고 있다. 초점은 물가 안정에 달린 것이라는 당연한 결론이다.
그런데 최근의 경제 동향을 분석하면 과잉 공급을 우려했던 통화량 증대에도 불구하고 저축은 꾸준히 늘어나고 물가는 극히 안정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실명제 논의 이후 부분적으로 일어났던 투기나 저축 감소 현상이 사라지고있다.
강력한 정책적 대응이 주효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으나 적어도 물가 안정에 대한 국민의 자신감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플레이션 조장을 통한 외형적인 팽창이 아니라 물가 안정에서 오는 실질적인 보상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수로 파악할 수 없는 중요한 경제적 동기의 변화다.
안정이 주는 혜택을 깨닫고 기업, 가계가 협력한다는 자세를 견지해 나간다면 KDI가 주장한 대로 금리를 인상할 이유가 없어지고 국제 금리의 추세, 외환수지 동향을 보아가면서 금리의 현 수준 유지나 소폭 적인 인하여지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환율도 정부의 방침대로 안정될 수 있다.
저물가가 유도해내는 저금리와 환율안정은 다시 물가안정으로 증폭되고 참된 뜻의 경쟁력 강화를 실현시킬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실질 금리를 보장해주면 가계의 저축의욕과 교호하여 안정 위의 성장이 83년의 경제상으로 새겨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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